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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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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 에이스로열 - 게임도 되는 기념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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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페이트 에이스로열은 타입문 에이스 9호의 부록으로 제공된 카드 게임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페이트 시리즈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의 작가이자 TRPG 디자이너 코다치 우쿄, 미와 키요무네가 팀으로 디자인했으며,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라 마스터들과 영령들이 벌이는 성배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마스터 카드 한 장, 서번트 카드 한 장, 마력 5개, 령주 3개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자신의 턴에 진행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라이즈 스텝: 카드의 상태에는 라이즈, 다운, 데인저, 리버스가 있는데, 이 중 매직 더 개더링의 탭과 비슷한 ‘다운’상태의 카드를 원상태로 되돌립니다. 
2. 드로우 스탭: 덱에서 카드 1장을 뽑습니다. 
3. 의식 스텝: 예장(아이템) 카드를 장착하거나, 게임을 시작할 때 비공개였던 마스터/서번트 카드를 공개하고 공개한 카드 당 2장을 뽑을 수 있습니다. 
4. 조우전 스텝: 3단계를 진행했다면 발생하는 스텝으로, 어쩌다보니 적을 만나서 교전하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주사위 하나를 굴려 1이 나오면 무작위의 상대와 교전합니다. 
5. 전투 스텝: 3단계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상대를 지정해 공격할 수 있습니다. 
공격할 경우 다음 순서에 따라 전투를 진행합니다. 
개시- 비공개 상태인 마스터와 서번트 모두 공개됩니다. 
교전- 교전 단계에 사용될 수 있는 카드나 능력이 사용됩니다. 
습격- 공격 측이 물리/마법을 선택합니다. 
습격 대미지 판정- 공격력과 방어력을 비교해서 공격측의 공격력이 높으면 차만큼, 공격력과 방어력이 같다면 1의 대미지를 방어측에 줍니다. 
영격- 방어 측이 물리/마법을 선택합니다. 
영격 대미지 판정 - 습격 대미지 판정과 마찬가지로 판정하되, 공방의 차가 없을 경우 대미지를 주지 못합니다. 
손해- 양측은 자신이 받은 대미지만큼 마력을 잃습니다. 0이 되면 탈락합니다. 
퇴각- 대미지를 받은 서번트는 다운 상태가 되고, 한 쪽만 대미지를 줬을 경우 상대의 손에서 카드 1장을 빼앗습니다.
6.종료 스텝: 손을 4장으로 만들고 턴을 끝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카드를 써서 자신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전투를 반복해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규칙은 엔하위키 미러를 참고하였습니다)


감상

게임은 위와 같이 진행되고, 이것만 보면 그리 어려울 것 없는 간단한 파티게임 정도로 생각할법 하지만, 여기 적지 않은 수많은 규칙이 있어서 일단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줍니다. 우선 각 마스터와 서번트에 각기 다른 기본 능력치과 특수 능력이 있는데, 이것들은 한둘도 아닌데다 수많은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제”는 전투 단계에서 공격자가 되면 방어자의 반격을 건너뛰는 능력이고, “대리전투”는 서번트를 대신해서 전투를 수행하는 능력이며, “지원”은 다른 서번트를 돕는데 쓰이는 능력입니다. 여기에 상대의 각종 능력과 능력치 변화를 기억해야 누구와 싸워야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의 난해함을 증명하듯이 본 게임에는 게임 중 공격력과 방어력을 기록하는 시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복사해서 사용). 하지만 당연히 이 수치는 상시 능력치를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고, 능력과 능력치 변화는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게임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각 플레이어가 스마트 기기로 매뉴얼을 참고해야만 합니다(엔하위키 미러의 해당항목을 추천). 
이 같은 각종 능력은 잘 들여다보면 확실히 감탄스러울 정도로 원작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예를 들어 서번트와 클래스가 알맞은 것이면 보너스를 받는 능력이나, ‘왕의 군세’를 통해 대리 전쟁을 수행하는 이스칸달, ‘신성’을 가진 상대와 싸울 경우 전투력이 올라가는 길가메쉬, 마술 방어력이 낮은 여성 서번트와는 교전이 성립하지 않는 디아뮈드 오 디나, 등등은 정말 훌륭히 원작의 설정을 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정과 이야기가 방대한 원작을 너무 열심히 살린 탓에 이런 능력들이 각각 네다섯 개씩 되고, 여기다 온갖 예장을 갖다붙이기까지 하니 솔직히 오랜기간 TCG를 즐겨온 저로서도 인간이 감당하기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카드에 적힌 텍스트도 과장없이 깨알만해서, 다른 플레이어가 가진 카드의 능력을 멀리서 보고 파악한다는 것은 육백만 불의 사나이가 아니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성배전쟁”이라는 테마 아래 신나게 치고 박는 것으로 전개될 듯했던 게임의 진행도 예상외로 느릿느릿해서 답답했습니다. 상대의 능력이 어떨지 감이 오지 않는데다, 카드 중에는 손에서 바로 비용 없이 사용되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얌전히 제자리에 앉아서 온갖 예장을 장착하며 스펙쌓기에 열중하는게 일반적이며, 그러다 재수없이 조우전 스텝에서 1이 나와 마지못해 전투를 하곤 하는데, 누구도 원하지 않은 전투가 무작위로 일어난다는 점은 원작 설정으로는 그럭저럭 수긍할 수 있으나, 게임적으로는 영 석연치 않습니다. 
게다가 여러 과정으로 세분화된 전투 과정은 번잡하고 헷갈리며 지리한 감이 있었습니다. 난 이것도 쓰고, 이것도 쓰고, 이것도 쓸게… 어… 물리로 10이야. 이런 식으로 공방이 진행되는데, 상대의 능력을 다 파악하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싸우면서도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고, 그 동안 자신의 턴이 아닌 플레이어는 만화책이라도 보면서 시간을 때워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텍스트 능력을 가진 게임이 흔히 그렇듯이 이 게임도 카드 간 밸런스가 맞지 않는데, 이 탓에 전투의 결과 한 쪽이 맥없이 한 번에 죽어버리는 일도 종종 일어났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세이버-아르토리아가 엑스칼리버로 누구 하나를 죽여버리거나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식이죠.  그럴 경우 ‘기사도 찾더니, 비겁한 세이버!’ 어쩌고 하면서 낄낄거릴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는 뭘 해보기도 전에 끝난 셈이니 게임을 한 재미는 느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작처럼 약자들이 연합해서 강자를 견제하며, 긴장 속에 정치적인 타협을 하는 게 이 게임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 아닌가 싶었지만… 게임이 동시 공격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공격하면 상대가 맞고만 있는 것도 아니라 카드를 통한 견제를 제외하면 이는 거의 불가능했고, 결국은 지루한 대치상태와 원치 않는 전투가 게임의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물론, 충분한 능력을 확보했다 싶으면 나서서 싸우는 경우도 적지는 않았지만, 이 경우는 싸워도 절대 손해보지 않는 상황이라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손에 있던 카드로 대응하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얌체같기도 했구요.

결론적으로, 페이트 에이스로열은 철저히 잘 만들어졌지만 어렵기만하고 별로 재미는 없는 게임입니다. 재미가 없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가급적 쓰고싶지 않지만 이 게임은 냉정히 페이트를 빼놓고 보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그에 상응하는 재미는 없습니다. 번거로운 덧셈 뺄셈과 지루한 전투, 그리고 황금열쇠 같은 카드 사용만 남죠. 
그렇다고 페이트를 붙여놓고 봐도 그리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세이버가 버서커가 되었다느니, 창쟁이가 아처를 죽였다느니 하는, 원작 파괴의 재미가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설정의 충실한 구현을 보면서 감탄하는 재미도 있긴 합니다만, 이건 TRPG룰북을 보면서 느껴야 하는 재미지, 보드게임에서 우선시해야 하는 재미는 아닐 겁니다.  
이 게임은 원작의 설정을 구현하는데만 힘을 쏟고 있어서 정작 보드게임으로서의 재미는 놓치고 있습니다. 샌드박스를 짜놓고 프리 포 올로 알아서들 싸워보라고 하는 것보다는 그 와중에 편이 갈릴만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코스믹 인카운터처럼 확실히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나, 뱅처럼 편을 명시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이도 저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플레이어들은 아무렇게나 카드를 깔고 되는 대로 싸울 수밖에요. 게다가 글씨는 작고, 아이콘은 도통 알아볼 수 없는데다가, 인터페이스도 엉망이죠. 이만큼 열심히 만들었으면서 재미없는 게임은 참으로 보기 드문, 진귀한 것이라는 점에서 수집할 가치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구해서 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게임 기능도 있는 기념 카드라고 생각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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