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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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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리듬게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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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온라인 게임은 도통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비디오 게임은 퍽 잘 맞는다. 리듬 게임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굳이 이렇게 비디오 게임과 리듬 게임을 따로 분류하는 것은, 리듬 게임이 비디오 게임의 범주에 넣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맞춰 특정 행동을 취하여 판정을 받는 이 게임들은 다른 어떤 게임들과도 다른 위치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접한 리듬게임은 아마 “비트매니아” 였을 것이다. 음악에 맞춰 노트가 내려오면 그에 맞는 버튼을 누르는 게임인데, PC판으로 다운받아서 즐겼다. 유저들이 만든 악보도 많아서 이것저것 재미나게 했는데, 그중에서는 “카드캡터 사쿠라”, “기동전함 나데시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오프닝을 가장 많이 했다. 끝나고 “바카바카”라고 중얼거리는 루리의 대사와, 중간에 “이쿠와요!”라고 소리 질렀던 아스카의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유행이라는 게 흔히 그렇듯이 언젠가부터 시들해졌고, 주변에서도 하지 않게 되어 알게 모르게 그만두었다. 

그다음이 “댄스 댄스 레볼루션”이었던 것 같다. 노트가 내려오면 버튼을 누른다는 발상 자체는 똑같은데, 이걸 발로 누른다는 점이 혁신적인 게임이었다. 오락실에서 해 본 적은 없고 집에서 비닐 장판으로 된 컨트롤러를 깔고 했다. 그때 우리 집이 1층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도통 운동하지 않는 내게는 퍽 도움이 되는 물건이었다. 춤을 추는 건 아니지만 거의 춤추는 것에 가깝게 움직이는데다 재미도 있으니까 심심치 않게 즐겼는데, 이것도 유행이 지나가면서 점점 하지 않게 되었다. 유행 자체보다는 ‘하면 힘이 들고 땀이 나서 씻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게 아닐까 싶다. 어쩐지 집에 두 세트나 있었는데, 결국 모두 어딘가에 줘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리듬 게임과는 아무런 연이 없이 살았다. 리듬 게임 대신 기타를 치긴 했다. 그러다 PSP를 사면서 킬러타이틀이라는 “디제이 맥스”를 하게 되었는데… 어려운 건 차치하더라도 한동안 하고 있자면 눈이 뻑뻑해지고 침침해져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의 나이트 슈마허와 비슷한 이유다. 그처럼 눈을 감고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계속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정말 초고수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니까 달리 도리가 없었다. 

한편 “파타퐁"은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 노트가 내려오는 정통 리듬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고 리듬을 접목한 액션 게임이라고 하는 게 낫겠지만, 퐁퐁파타퐁, 파타파타퐁퐁 하고 리듬에 맞춰 스스로 공방을 조절하는 재미가 퍽 훌륭했다. 이건 지금도 다시 하고 싶다. 
NDSL로 “리듬천국”도 재미있게 했다. 이것도 정통 리듬게임은 아니지만, 각 스테이지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맞춰 간단하고 중독적인 조작을 하게 되어있어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워낙 단순한 탓인지 이건 그다지 또 하고 싶지 않다. 
“응원단” 시리즈도 좋았다. 음악에 따라 정해진 순서로 화면을 터치하거나 드래그하는 방식이 훌륭했는데, 그때 재미있게 하고서도 어째서인지 요즘 오락실에 등장한 비슷한 방식의 게임 “OSU”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대합주”도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 이건 아예 파트별로 악보를 입력해서 즐길 수 있는 매니악한 물건이라, 게임 자체보다 악보를 입력하는 걸 더 즐겼다. 악보를 구해다 박자 하나하나 공부하듯이 입력한 뒤 재생해서 원곡에 가깝게 나올 때 느끼는 쾌감이 각별한, 참으로 신기한 게임이었다. 

그 뒤로는 “위 핏”을 사서 “저스트 댄스”를 하게 되었다. 거실에서 하는 물건인만큼 가족의 공조로 샀는데, 이건 확실히 훌륭한 물건이었다. 노트에서 벗어나 행동 자체를 인식하니 진짜 춤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DDR보다 재미있고, 열량 소모도 많은 듯 했다. 하지만 거실의 TV란 대체로 가족 중의 누군가 점거하고 있는 물건이라, 게임을 할 환경이 도통 만들어지지 않아 점차 잊게 되었다. 비극적인 일이다. 

다시 포터블 기기로 돌아와, 스마트 기기의 열풍이 불어 아이패드로 “유비트”를 하게 되었다. 고속으로 내려오는 노트를 보고 제자리에 붙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두더지 잡기처럼 그 자체에 불이 들어오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쉽게 느껴진 탓인지 어쩐지 주변 여성들에게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나 역시 그게 마음에 들어서 한참 동안 했는데… 아무리 해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벽이 확연히 느껴져서 포기하고 말았다. 머리를 쓰지 않고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 하다 보면 분명히 실력이 는다는 것이 리듬 게임의 강점이지만, 공략법을 찾거나 돈을 써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게임과 달리 육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은 리듬 게임의 단점일 것이다. 물론, 노트가 뜨는 순서까지 찾아보면서 열정적으로 연습을 했다면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자니 ‘굳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그 뒤로 스마트기기로 수많은 리듬게임이 나왔고 적지 않은 수를 해봤지만, 처음에는 재미있다가도 하다 보면 나중에는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고생을…’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리듬게임은 다른 목적 없이 음악에 맞춰 키를 눌러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감각 자체만으로 즐거워야 하는데, 나는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DDR 이후의 게임들이 노트에 맞춰 음을 내는 대신 판정만 보여주거나 적당히 리듬감을 살려주는 소리만 내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트매니아 시절에는 분명 키에 따라 다른 음이 나서 판정과는 무관하게 완벽한 음악을 연주하는데 열중했던 것이다. 대합주는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DDR 이후로는 플레이어가 키를 누르든 말든 음악은 그냥 그대로 흐르게 되었다. 개발사에서 그렇게 음악 따로 노트 따로 만들게 된 데는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즐긴다는 실감이 덜해서 좀 심심하다. 
아니면 그냥 내가 게임에서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무엇을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리듬게임을 하면서도 배울 점이나 수집욕같은 부가적인 재미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것을 찾는 건 좋지만,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줄어들었다는 건 영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러브라이브-스쿨아이돌 페스티벌”을 하고 있다. 리듬 게임에 카드 수집이 접목된, 놀라운 게임인데, 나는 원작을 그리 좋아하지 않다 보니 수집욕은 영 생기지 않는다. 버튼을 누르면 탬버린 소리가 난다는 건 마음에 들지만, 음악을 연주한다기보다는 응원단처럼 응원을 하는 기분이라 심심하다. 역시 비트매니아처럼 키가 정말 소리를 내는 게임이 나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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