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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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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 트릭스 레전드 - 부족간의 영역다툼과 신전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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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 트릭스 레전드 Tri-trix Legend
 
트라이트릭스는 이담네트워크에서 디자인한 보드게임으로, 혜성 충돌로 인해 원시로 돌아간 대륙 트라이곤에서 각 부족들이 신전을 지으며 각축전을 벌인다는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듈러 보드를 채용하고 있어 인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맵을 랜덤으로 생성한 후 게임을 시작하는데, 기본적인 진행은 카탄과 비슷하게 주사위를 굴려 자원을 얻고 이것으로 보드에 기반 시설(스톤)을 건설한 뒤, 여기에 게임의 목적인 신전(루프)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정해진 갯수의 신전을 먼저 건설하는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것이죠.
 
 
(신전 하나가 만들어진 초반)
 
게임의 세부적인 진행을 살펴보자면, 일단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을 시작하면서 베이스의 베팅 깃발을 바꿀 수 있습니다. 베팅 깃발에는 1, 2, 3, 트리플이 있는데, 1, 2, 3만 표시된 주사위 셋을 굴려 이 중 해당하는 것이 나오면 해당하는 숫자 하나 당 1팩(돈)을 받습니다. 1, 2를 베팅하고 1, 1, 2를 굴리면 3원을 받는 것이죠. 대신 트리플을 베팅하면 5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트리플을 굴리고 그 결과가 베팅한 것과 일치하면 트리플 보너스를 받는데, 트리플 보너스는 액션 카드 1장을 받거나 한 턴을 더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전을 가장 많이 지은 플레이어는 “트리플 브레이크”라고 해서 보너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규칙대로라면 모두가 신전을 짓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두 트리플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같아 하우스룰로 신전이 없을 때는 예외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돈을 얻은 뒤, 스톤을 하나 살 수 있고, 액션 카드를 하나 살 수 있고, 미션 카드를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스톤은 크기 1, 2, 3, 각각 3, 5, 7팩이며, 사면 바로 건설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톤을 건설할 때는, 턴을 시작할 때 굴린 주사위 눈과 같은 숫자가 표시된 구역에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구역에 걸쳐서 건설할 경우 두 숫자가 다 나와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어느 한쪽만 나와도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즉, 작정하고 스톤으로 어떤 모양을 잡아놓으려 해도 주사위 눈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니,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저기 동시에 개발을 할 필요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어차피 셋 뿐이고 주사위를 셋 굴리기 때문에 이것이 심각한 제약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고, 숫자가 다양하게 나오면 돈을 덜 얻는 대신 건설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숫자가 몰려 나오면 돈을 많이 얻는 대신 건설에 제한을 받는 구조가 성립했습니다.
 
보통 카탄에서 길을 짓는 게 게임의 중점이 되지는 않지만, 트라이트릭스에서는 스톤이 말 그대로, 그리고 그 모양 그대로 신전 건설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했고, 이에 관련해서 다양한 전개가 있었습니다. 일단 주사위 눈에 맞춰서 건설해야 하고, 그리고 자신의 미션에 맞게 건설하는 한편으로, 남이 지을법한 모양을 예측해서 방해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바둑처럼 다른 색깔 스톤에 포위되면 그 색깔로 바뀌기 때문에 턴 순서나 위치도 고려해야 했는데, 게임이 중반만 되어도 땅이 비좁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 중에서 방해하고 방해받지 않는게 특히 중요하더군요. 
 
스톤이 적절한 모양으로 기반을 만들면 미션에 적힌 신전(루프)를 올릴 수 있습니다. 가격은 그 루프의 크기와 같아서, 스톤 짓기도 벅찬 초반에는 루프를 올리는 데 적잖이 시간이 걸렸습니다. 
루프를 올리고 나면 자신의 베팅 깃발 중 하나를 뒤집어 마킹면으로 올리는데, 마킹면에는 112, 113 등 수열이 적혀 있습니다. 턴 시작 때 주사위를 굴려서 정확히 그 주사위가 나오면 해당 깃발이 놓인 루프의 크기만큼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루프 건설이 게임 진행에 주는 직접적인 도움입니다. 
 
(미션 카드에 따라 신전을 만들어가는 중)
 
액션 카드는 7원으로, 한 턴에 3장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다른 플레이어의 베팅 깃발 위에 자신의 것을 올리는 것, 상대의 베팅 깃발을 일시적으로 제거하는 것, 베팅 깃발의 이상 상태를 회복하는 것, 전투를 한 턴 더 하는 것, 주사위를 굴려 눈의 곱만큼의 돈을 받는 것, 9팩을 강탈하는 것, 스톤을 얻는 것, 스톤을 파괴하는 것, 한 턴을 더 하는 것 등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파괴’나 ‘한 턴 더’가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강력한 데 비해, ‘주사위 굴려 돈 받기’ 같은 것은 도리어 손해볼 경우가 많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카드의 비율은 잘 조절되어 있어서 말도 안된다는 느낌은 별로 없고 웃고 즐길 수 있더군요.
 
(흉악한 것도 있고 안쓰러운 것도 있는 액션 카드들)
 
턴이 끝날 때는 전투를 선언할 수 있는데, 이것은 상대의 스톤을 파괴할 수 있는, 이를테면 공식적인 방법입니다. 공격할 스톤의 크기에 따라 3, 5, 7원을 내고 공격자부터 번갈아가며 주사위를 굴려 주사위의 서열(포커와 흡사)로 승패를 겨루는데, 공격자는 스톤의 크기만큼의 연승을 거둬야 합니다. 무승부가 되어도 진다는 뜻이죠. 공격자가 무지막지하게 불리합니다. 크기 1의 스톤이라면 한 번에 이길 수 있지만, 2연승만 되어도 상당히 어렵고, 3연승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승, 패, 무, 셋으로 나누면 2연승 확률은 9분의 1, 3연승할 확률은 27분의 1이죠. 게다가 지면 전쟁배상금인지 낸 돈을 방어자에게 줘야 하기 때문에 전쟁을 하러 간다기보다는 조공을 바치러 가는 수준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이기면 상대의 스톤을 파괴하고 맵을 확장할 수 있는 ‘추가 베이스’를 얻거나, 상대의 스톤을 자기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게임 후반에는 정말 맵이 남아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상당한 메리트가 되더군요. 
 
 


감상
 
일단 게임을 받아서 열어보니 컴포넌트가 예상 이상으로 훌륭해서 놀랐습니다. 덜 유명한 회사 제품의 중에서는 타일의 절단 상태가 좋지 않거나 보드가 살짝 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트라이트릭스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타일도 두툼하고 모듈러 보드나 카드 상태도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아트웍은 구역별로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큰 그림을 잘라낸 모양인데다 각각의 그림이 진하고 선명해서 모아놓으면 난잡한 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폐의 경우 해당 시대배경에 맞는 디자인을 해서 몰입도를 높이기 마련인데, 트라이 트릭스는 포커칩의 모양을 그대로 활용해서 생뚱맞고 아쉬웠습니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유쾌했습니다. 카탄이 매 턴 주사위를 굴려서 자원을 얻는 재미를 느끼는 것처럼 주사위를 굴려서 자신이 베팅한 숫자가 나오기를 빌고 돈을 얻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이 베팅이나 주사위 굴림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트리플이나 중복 베팅이 아니라면 베팅존이나 신전에 어떤 깃발을 올리든 사실상 확률상의 차이는 없는데다, 말이 베팅이지 특별한 리스크가 있는 것도 아니라 선택이나 운용의 묘미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이 부분에서 느끼는 재미가 논리적인 재미는 아닌 셈입니다. 
 
그리고 원래 룰대로라면 남의 턴에 굴린 주사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게임 중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 주사위 운이 없어서 베팅한 눈이 나오지 않는 사람은 게임 진행 자체를 할 수 없고, 당연히 재미도 반감되었습니다. 또한 신전의 깃발로 얻는 수익으로 여유가 좀 생기는 중반이 될 때까지 눈에 띄는 진전 없이 주사위 굴리고 돈 받고 턴을 끝내는 경우가 많아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 이담네트워크는 "누군가 신전 하나를 지을 때까지 다른 사람의 주사위로도 돈을 얻는다”는 추가 룰을 발표했는데, 모두가 신전 셋을 지을 때까지 다른 사람의 주사위로도 돈을 얻는게 좋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나왔던 저희 테스트 그룹으로서는 이것도 좀 아쉬울 것 같습니다. 
 
(신전을 건설해서 돈 받을 확률을 늘려가는 재미는 확실히 쏠쏠하다. 혼자 주사위 운이 없으면 비참해지지만...)
 
액션 카드도 위에 적었듯이 굉장히 요긴하게 쓰이는 게 있는 한편 딱히 별 이득이 되지 않는 것들도 적지 않아서, 7팩이라는 거금을 내고도 그에 걸맞는 효과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다소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주사위 굴려 곱만큼 돈 받기”는 기대값이 8이라 안하는 것보다 조금 낫긴 하지만 실제로 1팩이라도 이득을 볼 확률은  40.74%로 반이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카탄처럼 사두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득이 되기 때문에 산다기 보다는 후반에 돈은 남는데 쓸 곳이 없어서 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투는 보다 문제가 많았습니다. 역시 위에 적었듯이 전투를 시도해서 이길 확률이 몹시 낮아, 게임 후반에 칸은 없는데 뾰족한 수가 없으니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공격자부터 주사위를 굴리는데, 비겨도 지기 때문에 123이 나오면 방어자는 주사위를 굴릴 필요도 없이 전투가 끝나고, 이렇게 맥이 빠질 확률은 22.22%로 상당히 높습니다. 방어자가 공격자보다 유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기존의 룰은 이런 문제도 있고 근본적으로 도전해볼만한 확률이 너무 낮습니다. 포커 룰을 차용한 방식 자체는 재미있지만, 주사위 합을 겨루되, 비길 경우 방어자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이 경우 공격자가 승리할 확률은 40.32%로 기존 규칙보다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부적인 사항을 빼놓고 본다면 전체적인 틀은 색다르고 흥미로웠습니다. 무작위로 도출되는 값에 대해 베팅을 하고 돈을 받는 부분, 그리고 영역이 확장되면서 돈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부분에서 일단 평균적인 재미를 제공하고 있었고, 미션 카드에 그려진 모양을 열심히 짜맞추어 신전을 건설하는 과정은 칠교놀이처럼 퍼즐적으로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후반으로 갈 수록 모자라게 되는 칸을 선점하고 어디에 뭘 어떻게 지을 수 있을지, 남이 어딜 어떻게 이용할지 예상하고 가로막을 궁리를 하는 재미는 점점 높아졌고, 한 턴만 더 있었으면 내가 지을 수 있었는데 싶은 장면도 적잖이 연출되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도중이나 한 뒤에 느끼는 아쉽다, 아깝다 싶은 감정은 게임의 재미 뒤에 남는 파문 같은 것이라, 그 자취를 따라가면 게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트라이트릭스는 단점은 있지만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신전의 난립으로 땅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타일을 활용하여 게임이 종료)
 
물론, 수많은 게임을 섭렵한 코어 게이머가 몰입해서 즐기기에는 무작위성이 다소 높고, 그 자체로 고민을 유도할만한 기믹이 부족하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무작위성 자체가 게임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취향의 문제죠. 그러니 약간의 하우스룰이나 패치를 거치면 카탄과 비슷하거나 약간 쉬운 난이도로 초보자들과 함께 즐기기에 괜찮은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후기는 보드라이프의 체험단 이벤트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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