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튼 일단 해보는 것이 공짜라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인데다,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찾아서 소개하는 게 취미인지라 나도 얼마 전까지는 상당히 많은 소셜 게임을 했다. 척 보기에 조금이라도 재미있을 것 같으면 전부 설치해봤다. 아이폰, 아이패드, 뉴넥서스 7을 총동원하면 못할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고 요즘 들어서는 클래쉬 오브 클랜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는데, 클래쉬 오브 클랜만이 남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 게임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하루에 두 번 정도만 체크해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요는 시간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말은 곧 다른 게임들은 시간을 잡아먹는 게 싫어서 집어치웠다는 뜻이다.
물론, 들인 시간에 비해 충분히 재미가 있으면 계속하겠지만, 많은 게임들을 하다 보니 "내가 대체 왜 시간을 들여서 이런 노동을 계속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떠올라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모든 소셜 게임이 똑같지는 않지만, 이들은 대체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자원을 주고, 보관될 수 있는 자원의 총량을 제한하여, 자원이 총량에 도달했을 때 유저가 더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지 않게끔 심리를 자극한다. 그러면 인간은 손해 보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동물이라,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소중하게 쓰지 않으면서도 게임 속의 자원만은 알림을 설정하고 칼같이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자원으로 더 규모 있고 대단한 무언가를 즐기는데, 이 무언가는 게임일 때도 있지만 정말 노동일 때도 있다.
그렇다면 노동을 하는 게임은 그만두고 게임을 하는 게임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싶어서, 한때는 그렇게 게임을 좀 솎아냈다. 그런데, 머지않아서 게임을 귀찮아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언제부턴가 귀찮게 머리를 쓰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적당한 때 적당한 버튼을 누르는 게 편하고 좋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몸은 정직하다."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결국, 나는 별생각 없이 버튼을 누르는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노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은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역시 난 네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하고 노동형 게임으로 돌아가면 흔해 빠진 전개가 되겠지만, 나는 소셜 게임을 대부분 삭제하는 쪽을 택했다. 딱히 소셜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삶의 보람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소셜 게임을 거의 그만둔 소감은 인생이 전에 비해 쾌적해졌다는 것이다. 시도때도없이 자원이 꽉 찼는데 뭐하고 자빠져있느냐느니, 친구가 전투 중이라느니, 이벤트 기간이라 뭐가 싸다느니 하는 알림이 뜨지도 않고, 작업을 하다말고 한참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볼 일도 없다. 다마고치를 열 개쯤 가지고 다니다 모조리 처분해버린 기분이다. 사실 나는 정말 게임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공짜이며, 하면 재미가 없지는 않아서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오래 두면 상해서 버린다고 별로 먹고 싶지도 않은 음식만 먹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소셜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나쁘고 이걸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소셜 게임을 모조리 그만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정말 몸살 나게 재미있는 게임(혹은 시간은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야한 일러스트를 모을 수 있는 게임)이 나오면 즐길 의향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수도 없이 많은 무료 소셜 게임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어떤 게임을 자신이 정말 원해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손해 보기가 싫어서, 혹은 단순한 습관과 관성으로 하고 있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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