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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에게 죽음을! -히어로 디텍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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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디텍티드는 와우만화의 작가 ㅐㅐㅋㄷ님이 제작한 카드게임으로, 클라우드 펀딩 텀블벅을 통해 모금되고 발매되었습니다. 

던전 로드처럼 플레이어가 던전의 주인이 되어 던전을 만들고, 침입해오는 용사를 잡아다 승점을 얻는 게임인데, 아트웍은 패미컴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트로 만들어져 퍽 친근하고, 많은 카드가 패러디로 이루어져 카드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게임 시스템과 진행은 퍽 단순해서, 자기 턴이 되면 우선 마을 덱과 성 덱 중 하나를 골라 카드 한 장을 뽑습니다. 마을 덱은 대부분 자원으로 이루어져있고, 아주 가끔 용사가 나오며, 성 덱은 대부분 중급 이상의 용사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마을에서 자원을 보충해서 던전을 짓고, 던전이 좀 튼튼해졌다 싶으면 용사를 불러다 전투를 하는 식이죠.

자원에는 마나스톤, 자재, 고기가 있는데, 각각 마법, 시설, 몬스터 카드를 구입하는데 사용됩니다. 카드별로 구입 비용이 책정되어 있지는 않고 무조건 한 장만 내면 해당 덱 맨 윗장을 뽑게 되어 있으므로 마을에서 카드를 뽑으면 십중 팔구 마법, 시설, 몬스터 중 하나를 얻게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드를 뽑은 뒤에는 마법, 시설, 몬스터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구입에 제한은 없지만 손에 자원이 쌓일 일이 거의 없어서 보통은 한 장을 구입하게 되더군요. 



그 뒤에는 손에서 몬스터나 시설을 한 장 내려놓아 자신의 던전을 건설하는데, 던전의 칸 수는 세 칸으로, 이미 건설한 카드를 교체해야 할 경우 버리고 새 카드를 놓을 수 있지만 카드의 위치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런 다음 던전 입구에 배치된 용사가 던전에 침입하는데(카드를 뽑는 과정에서 용사가 나오면 던전 입구에 놓습니다), 용사와 싸우는 시스템도 간단합니다. 용사의 레벨과 던전을 이루는 방의 레벨을 비교하는 것이죠. 용사와 방이 서로 동시에 피해를 준다고 보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시설은 패배해도 파괴되지 않지만 몬스터는 죽을 수 있습니다. 용사가 무사히 첫 번째 방을 지났다면 전투로 감소된 레벨 그대로 다음 방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용사가 세 번째 방까지 지났다면 플레이어는 피해를 입고, 피해가 3이 된다면 게임에서 탈락합니다. 반대로 용사가 던전을 다 통과하지 못했다면 플레이어는 용사를 잡아다 감옥에 놓습니다. 이렇게 감옥에 놓은 용사의 승점을 게임이 끝나고 비교하는 것이죠.



이렇게 기본 규칙은 간단한데, 텍스트 기반 게임인만큼 게임 중 많은 능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우선 몬스터나 시설, 용사에도 각각 능력이 있어서 플레이에 들어오는 순간 던전의 카드를 파괴하거나 플레이어들이 손에서 카드를 버리게 하기도 하고, 아무때나 희생해서 피해를 다른 플레이어에게 옮기거나 용사를 바로 감옥에 넣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던전의 다른 카드들의 레벨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법 카드는 손에 들고 있다가 사용하면 되는데, 여기도 다양한 효과들이 있어서, 짜잔 하고 사용해서 남을 골탕먹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감옥에서 용사를 훔쳐오기도 하고, 용사의 레벨을 올리기도 하고, 강력한 카드가 꽤 많더군요.

게임의 컨셉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 유명한 "먼치킨"과 비슷합니다. 카드를 내려놓아 자신을 강화하고 서로 닥치는대로 딴지를 걸어서 끌어내리는 전개가 계속 이어지죠. 전략을 세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런 진흙탕 싸움을 즐기는 게임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게임을 해보기 전까지는 어느정도 전략적인 게임을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그렇지 않아서 약간 실망을 한 면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이 "던전 빌딩 게임"이라 각종 카드의 효과를 잘 구성해서 강력한 던전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게임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죠. 물론 핸드의 장 수와 같은 레벨을 갖는 "마왕 크드"나 핸드 제한을 7장으로 늘려주는 "지혜의 사원"처럼 콤보를 구성하는 카드도 있고, 미래에 대한 대책으로 손에 남겨둘만한 카드도 제법 있긴 합니다. 하지만 마법이나 각종 딴지 능력이 워낙 강력한 나머지 아무리 그런 전략적 노력을 해도 카드 한 장에 모든 것이 날아가고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대단히 많이 발생합니다. 뭐랄까, 수련회에서 죽도록 열심히 게임에 참여해서 점수를 100점 200점 쌓아놨더니 막판에 보너스로 1000점이 걸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자연히 먼치킨도 그렇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는데, 먼치킨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수많은 카드가 공개적으로 장비되어 어지간한 딴지는 엄두도 못내게 하는 효과와 방대한 볼륨을 한 순간에 쏟아붓는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몬스터를 협력해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타협, 동맹, 배신이 게임의 긴장감을 지속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히어로 디텍디드는 딴지는 풍부하지만 이것이 협잡으로 발전할 여지는 별로 없고, 카드의 볼륨 자체도 자원 카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 몇 번 하다보면 게임의 컨텐츠를 전부 소모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아쉽다는 말을 길게 쓰긴 해도 히어로 디텍티드는 하는 동안에는 그런 운명을 웃으면서 받아들이게 되는 경쾌함이 있고, 승패에 관계 없이 일단 하면 누구나 재미있게 할만한 게임입니다. 용사를 때려잡는다는 테마부터 유쾌한데다 기본 룰도 간단하고, 기막힌 유머 센스가 돋보이도록 디자인된 카드를 사용해서 서로를 골탕먹이는 재미는 여느 유명 게임들 못지 않습니다. 플레이 시간도 30분에서 40분 정도로 마음편히 돌릴 수 있어서 비디오 게임이나 용사-마왕 구도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멋진 게임입니다. 이만한 테마와 무게라면 보드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보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드마다 표기되어 있는 속성이 아직 활용되지 않았는데, 확장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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