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읽는 것은 몹시 즐거운 일이고, 웹툰도 만화니까 웹툰을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긴 마찬가지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웹툰을 읽는 게 취향에 영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다름아닌 "스크롤" 때문인데, 이렇게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스크롤을 하며 보는 형태가 디지털로 만들어진 매체를 읽는 이상적인 방법이라는것은 인정하지만, 단행본으로 제본된 만화를 훨씬 많이 봐 온 나로써는 이 방법이 만화에 적합한 방법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 "스크롤"에 적합하게 개발된 연출이나 컷 구성도 멋진 것이 많지만, 엄지 손가락으로 바쁘게 스크롤을 올리고 있자면 영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마우스 휠을 이용하면 훨씬 낫지만, 요즘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비중이 훨씬 높으니까 엄지로 스크롤하게 되고, 그러자면 엄지를 뗄 때마다 스크롤 속도가 불규칙하게 바뀌어서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스크롤 속도가 불규칙한 건 어디까지나 내 책임이긴 하지만, 바쁘게 스크롤을 하자면 역시 만화는 책장을 펼쳐놓고 한 장씩 넘기면서 읽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드는 웹툰은 단행본을 사서 책장을 넘겨가며 두고두고 읽는데, 사실 웹툰은 이미 스크롤에 맞추어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책으로 읽는 것도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든다. 아마 웹툰을 완벽히 물리적으로 구현하려면 책이 아니라 두루말이로 만들고 이것을 일정한 속도로 감아주는 기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뭐, 그런 물건을 쓰느니 그냥 디지털로 보겠지만.
아무튼 고육지책으로 웹툰을 모바일 기기로 읽을 때 스크롤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양손 엄지를 번갈아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니 화면에서 엄지가 떨어지는 시간이 없어서 영화의 스탭롤처럼 아주 부드럽고 멋진 스크롤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양손 엄지가 조심스럽게 번갈아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발걸음 같아서 무척 기분이 요상스럽다. 적당한 속도로 자동 스크롤을 해주는 웹툰 앱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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