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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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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판단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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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면 저절로 판단을 하게 되어있다. 첫인상으로 분류를 해놓고, 이후로 다른 기준에 의해 조금씩 분류를 바꾸거나 세분화할 것이다. 그런 판단 기준은 아마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그것은 단순히 얼굴일 수도 있고, 아니면 특정 상황에서의 반응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한 후배의 판단 기준은 바로 "신발"이라고 했다. 신발의 모양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엄격한 사람은 단조로운 디자인의 엄숙한 신발을 주로 신고, 좀 유한 사람은 편안한 색의 운동화를 신는 것 같기도 하다. 나만 해도 좋아하는 신발 스타일이 단조롭고 클래식한 구두 스타일로 정해져 있어서 좀처럼 다른 스타일은 신지 않으니까, 적어도 나에 대해서는 맞는 지론인 것 같다. 이 후배는 미국에서 살다 온 여성인데, 미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집안까지 신발을 신고 들어가고, 심지어 침대에도 신발을 신은 채 올라가곤 하니까(실제로 그녀가 신발을 신은 채 소파 위에 눕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신발에 대해 나보다 깊은 애착을 지니고, 지론이나 철학도 가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남자 신발은 그렇다 쳐도, 유행 따라 용도 따라 마구 바뀌는 여자 신발도 그런 판단 기준으로 유용할 것인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한편으로 그럼 나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데, "신발"처럼 뚜렷하고 마땅한 게 없다. 일단 "외모"가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 가서 떳떳하게 얘기할만한 기준은 아니다. 게다가 대체로 맞는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정 반대로 틀렸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으로 떠올린 것이 "종업원을 어떻게 대하는가."인데, 이건 제법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음식점 같은 곳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종업원에게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하는 사람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영 개운치 않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또 잘 생각해보면 종업원을 잘 대하는 사람이라고 갈등을 잘 해결하는 사람도 아니고, 종업원에게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한다고 꼭 갈등 해결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화를 어떻게 내는가."하는 것인데, 이것은 제법 괜찮은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화를 많이 낸다고 나쁜 사람이라는 아니라, 화를 내는 방식이 어떤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과 의견이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이걸 조정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화를 내는 것"인데, 이게 남을 별로 고통스럽게 하지 않고 부드럽게 표출되는 사람이라면 믿음직한 사람이다. "부드러운 화"라는 말은 꽤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세상에는 웃으면서 들을 수 있는 화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나처럼 화를 도통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안타까울 정도로 소심해서 자기 혼자 고생하고 피해를 보기 일쑤다. 심지어 그 때문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도 종종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주변과의 관계가 틀어지기까지 하니, 거칠게 화를 내는 것 못지 않게 문제가 된다. 
예전에도 이런 얘기를 한 것 같은데, 화를 올바르게 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으면 좋겠다. 수업에 들어가면 수강생의 옷에 커피를 쏟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모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정해놓고 화를 내게끔 코치하는 것이다. 수강료도 꽤 비싸게 받아도 될 테고(어차피 비싸도 화를 내지 못할테니),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째서 시작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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