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장편 소설에서 항상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어떤 방식으로든 다뤄 왔습니다만, 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전에 없이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시간이 지나면서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을 복잡한 비유나 상징 없이(예전에 비해) 정면으로 써낸 듯 했습니다.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항상 느끼는 고독과 소외감, 그리고 친구들에게 거부 당한 충격과 깊은 절망감에서 시작하고, 이 상처를 잊어버리는 과정으로 발전하여, 다시 이 고통에 찬 과거를 마주하는 것으로 전개되는데, 이러한 전개는 시종일관 담담했고 과장되게 치닫는 구석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전작 1Q84처럼 다이나믹한 재미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이야기 내내 잔잔한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용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분량도 딱 적당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마 하루키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여러 번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많은 글을 쓰고도 아직도 계속 발전하는 작가의 역량에 다시금 놀랐습니다.
tag :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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