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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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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는 거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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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텔레비전을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묻는다면 단호하게 싫다고 대답할 수 있지만, 방송이 싫은가 텔레비전이 싫은가 묻는다면 방송이 싫다고 해야 할 것이다. 텔레비전이야 영상과 소리를 전하는 도구에 불과하니까.
그렇다면 방송이 왜 싫은가? 일단 시끄럽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말소리가 들리면 영 집중을 못 하는 성격이라 시끄러운 게 싫은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거실에 텔레비전을 놓는 문화가 너무나 싫지만, 사실 집에 대형 화면 하나가 있을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걸 놓는다면 거실에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은 한다. 그러니 나는 혼자 있지 않은 이상 영영 텔레비전의 소음에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방문을 닫고 바깥소리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를 듣는다는 미봉책이 있어서 항상 이 방법을 쓰고는 있지만, 날씨가 더워지면 이것도 불가능하다. 여름에는 구멍 난 오존층 아래의 남극대륙처럼 무방비하게 고통받고 이걸 견뎌야 한다. 뭐 여름 내내 견디다 보면 금방 무감 해지긴 하지만, 무감 하다고 고통을 전혀 받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종종 텔레비전이 없는 거실을 꿈꾸는데, 이 거실에는 책장과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텔레비전이 있던 자리는 훌륭한 오디오 데크가 차지하고 있다. 거실이라기보다는 카페의 한 부분 같은 모습인데, 집안에 "한쪽에는 큰 텔레비전을 놓고 반대편에는 소파를 놓고 그 사이는 깨끗하게 비워놓은 공간"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쪽이 오히려 공간적으로 훨씬 이득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런 거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허황한 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모두 조용한 테이블이 필요하면 집을 떠나 도서관으로, 카페로 가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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