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544

불완전한 매력의 노예

$
0
0

완벽한 여성과 완벽하지 않은 여성 중 한 명을 반려로 고르라면 나는 아무래도 완벽한 여성을 고를 것 같지만(물론 누구도 그런 여성을 반려로 맞이할 수 있게 해준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한심한 나라도 고르는 정도는 괜찮겠지), 완벽한 보드게임과 완벽하지는 않은 보드게임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아무래도 완벽하지 않은 쪽을 고르게 된다. 이를테면 라멘집에 들어갔는데 메뉴에 돈코츠 라멘과 토마토 라멘이 있을 경우 토마토 라멘을 고르고 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실화).
완벽한 게임은 당연히 끝내주게 재미있고, 몇 번 해도 질리지 않지만, 하다보면 어쩐지 '내가 백 번 다시 태어나도 이런 걸 만들 수 있을까?'하고 주눅 들기도 하고, 고민 없이 보장된 재미를 누린다는 게 치사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도미니언에서 마을과 대장장이, 축제만 사 모으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래서 항상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게임에 손을 대고, 뭔가 모자라다 싶으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방법을 궁리해본다. 보통은 그런 방법을 궁리해서 테스트하는 와중에 주변 사람들이 다 떨어져나가기 마련이지만, 아무튼 그런 게임들은 가지 않은 길처럼 미련이 남는 것이다.

그나저나 최근에는 매직 더 개더링(이하 매직)과 마작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마작은 아무래도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가급적 택하지 않게 된다. 마작은 완전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패를 짜맞추어 나아가는 재미와, 남이 리치를 걸었을 때의 공포, 그리고 남이 먼저 났을 때의 안타까움에 뭘 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그런 반면에 매직은 참으로 불완전한 게임이다. 절대적으로 강력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 않는 덱을 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반드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덱은 써봤자 별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완성했다 싶은 덱도 항상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균형을 맞춰봐야 하니, 매직은 항상 불완전한 게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깨지 않는 꿈을 15년째 꾸고 있는데, 불완전한 게임을 좋아해서 매직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인지, 매직을 하다 보니 불완전한 게임을 좋아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별 관련은 없는 얘기지만, 자유로운 덱 편집과 온라인 대전이 가능한 아이패드용 매직 더 개더링도 슬슬 나와주면 좋겠는데...



tag :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544

Latest Images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