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수능을 친 이후에 운전면허를 따곤 하는데, 내 친구들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뿐더러, 가족도 열성적으로 권하지 않았고, 나 자신도 보험 없이는 하지도 못할 운전을 위해 면허를 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면허를 딴 것은 2011년 여름이었다. 면허 시험이 터무니없이 쉬울 때였고, 마침 학교와 제휴해서 저렴하게 단기간에 딸 수 있다는 광고가 있기에 학원에 등록했는데, 등록을 하고 보니 학원은 인천 쪽에 있었고, 나는 매번 셔틀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나 달려서 학원에 가야 했다. 거의 가건물로 이루어진데다 건물 기둥에 아기 고양이를 목줄로 묶어두고 생선을 주는 학원이라, 정말 여기서 면허를 딸 수 있긴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어쨌든 면허를 따긴 했다.
하지만 속성 교육이 그럴 수밖에 없듯이, 과정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일단 등록을 하자마자 몇 시간짜리 의무 교육을 한꺼번에 들었고, 그 다음 날인가 필기 시험을 쳤다. 흔히 말하듯이 "노란 불일 때는 감속한다." 같은 수준의 문제만 나오지는 않았고, 나름대로 암기해야 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아무튼 어처구니없게도 만점을 받았다.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시험장을 나올 때, 앞에서 어떤 아가씨가 울고 있고 옆에서 상당히 듬직한 남성이 "다음에 또 보면 되지 뭘 우나, 동생." 하고 위로하고 있었는데, 만점짜리 증명서를 들고 그 옆을 지나자니 사람의 인생은 정말 여러 가지구나 싶었다. 그 뒤 증명서를 들고 학원에 가니 담당 강사는 껄껄 웃으며 "너무했다" 고 했다. 게다가 나중에 그 시험장에서는 "귀하를 우리 시험장의 홍보 위촉대사로 임명합니다."라는 문자까지 날아왔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건 그리 할만한 짓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는 장내 코스를 몇 번 돌고 기능 시험을 쳤는데, 강사는 한참 가르치고 나서 알아서 돌 수 있지? 하고 꾸벅꾸벅 졸았으므로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다. 그 상태로 기능 시험이라는 것을 쳤는데, 하필 끔찍하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거의 쥐라기 공원이 무너지는 날처럼 비가 많이 내렸다. 빗속에서 차에 설치된 기계가 시키는 대로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를 조작하고, 비상사태 경고가 뜨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가 재출발했다. 다행히 그렇게 기능 시험도 통과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이제 주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동 걸고 2단으로 움직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도로로 나가라니, 미친 거 아냐?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가보자니 나가는 수밖에. 그렇게 주행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클러치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클러치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시동이 꺼지는 것이다! 강사도 나도 사이좋게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는 대체 어떻게 이런 불안정한 기계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인가 고민하며 집에 돌아와 한참 동안 클러치에 대해 조사했다. 문제는 곧 밝혀졌다. 엔진을 충분히 가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클러치를 놓으면 회전속도의 차이 때문에 시동이 꺼진다는 것이었다. 요는 액셀을 밟으면서 클러치를 놓으면 해결되는 일이었는데, 정말, 맹세코 그 학원의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건 밥 짓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물을 맞추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사들은 앞사람이 가르쳤겠거니 생각했을 것이고, 나는 클러치를 너무 빨리 놓는 것인가 생각했으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가장 큰 문제였던 변속을 해결하고 나니 나머지는 그럭저럭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평행주차에 실패하긴 했지만 합격은 했고, 그 길로 버스를 타고 구청에 가니 면허증이 나왔다. 마트의 피자도 그보다는 더 오래 걸려서 나오지 않을까 싶은 처리 속도였다.
그리고 그 뒤로 한동안 면허를 신분증으로만 썼다. 심지어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도 면허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주행은 그렇다 쳐도 주차를 전혀 하지 못하니 차를 몰고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도 사실 이륙만 가르치고 착륙은 가르치지 않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받는 운전면허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무튼, 비교적 최근에야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서 운전 비슷한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차장 청소를 해야 하니 차를 빼달라는 요구도 들어줄 수 있고, 가까운 마트도 큰마음 먹으면 갈 수 있다. 차폭에 대한 감이 아직 무뎌서 간판 받침을 밟은 적이 있긴 하지만, 면허가 일 년 반 만에 그럭저럭 제값은 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그럭저럭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어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면, 우선 자가용(정말 오래간만에 쓰는 단어다)을 몰면 굉장히 편리하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이 아무리 발달한 도시라도 큰 짐을 운반할 힘이나 공간을 제공하지는 않으니까, 개인 소유의 공간 자체를 움직이는 자가용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뭐든 그렇긴 하지만 운전면허도 가급적이면 일찍 따는 게 좋다는 것이다. 아무리 한창때라는 청년기라고 해도 1년 지날 때마다 그에 비례해서 숙달이 늦어지고, 무엇보다 체면이나 책임을 실감하게 되면서 겁이 많아진다. 자전거 타는 법을, 넘어져서 다쳐도 부끄럽지 않은 어릴 때 배우는 게 좋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건 그렇고 한국의 운전면허 시험은 정말 심각하게 쉬운 것 같다. 나와 똑같이 배우고 면허를 딴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고 거리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운전은 하기에 따라서 남의 목숨까지 오락가락할 수 있는 건데 좀 더 잘 가르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tag : 운전면허
하지만 속성 교육이 그럴 수밖에 없듯이, 과정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일단 등록을 하자마자 몇 시간짜리 의무 교육을 한꺼번에 들었고, 그 다음 날인가 필기 시험을 쳤다. 흔히 말하듯이 "노란 불일 때는 감속한다." 같은 수준의 문제만 나오지는 않았고, 나름대로 암기해야 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아무튼 어처구니없게도 만점을 받았다.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시험장을 나올 때, 앞에서 어떤 아가씨가 울고 있고 옆에서 상당히 듬직한 남성이 "다음에 또 보면 되지 뭘 우나, 동생." 하고 위로하고 있었는데, 만점짜리 증명서를 들고 그 옆을 지나자니 사람의 인생은 정말 여러 가지구나 싶었다. 그 뒤 증명서를 들고 학원에 가니 담당 강사는 껄껄 웃으며 "너무했다" 고 했다. 게다가 나중에 그 시험장에서는 "귀하를 우리 시험장의 홍보 위촉대사로 임명합니다."라는 문자까지 날아왔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건 그리 할만한 짓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는 장내 코스를 몇 번 돌고 기능 시험을 쳤는데, 강사는 한참 가르치고 나서 알아서 돌 수 있지? 하고 꾸벅꾸벅 졸았으므로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다. 그 상태로 기능 시험이라는 것을 쳤는데, 하필 끔찍하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거의 쥐라기 공원이 무너지는 날처럼 비가 많이 내렸다. 빗속에서 차에 설치된 기계가 시키는 대로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를 조작하고, 비상사태 경고가 뜨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가 재출발했다. 다행히 그렇게 기능 시험도 통과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이제 주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동 걸고 2단으로 움직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도로로 나가라니, 미친 거 아냐?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가보자니 나가는 수밖에. 그렇게 주행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클러치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클러치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시동이 꺼지는 것이다! 강사도 나도 사이좋게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는 대체 어떻게 이런 불안정한 기계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인가 고민하며 집에 돌아와 한참 동안 클러치에 대해 조사했다. 문제는 곧 밝혀졌다. 엔진을 충분히 가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클러치를 놓으면 회전속도의 차이 때문에 시동이 꺼진다는 것이었다. 요는 액셀을 밟으면서 클러치를 놓으면 해결되는 일이었는데, 정말, 맹세코 그 학원의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건 밥 짓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물을 맞추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사들은 앞사람이 가르쳤겠거니 생각했을 것이고, 나는 클러치를 너무 빨리 놓는 것인가 생각했으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가장 큰 문제였던 변속을 해결하고 나니 나머지는 그럭저럭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평행주차에 실패하긴 했지만 합격은 했고, 그 길로 버스를 타고 구청에 가니 면허증이 나왔다. 마트의 피자도 그보다는 더 오래 걸려서 나오지 않을까 싶은 처리 속도였다.
그리고 그 뒤로 한동안 면허를 신분증으로만 썼다. 심지어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도 면허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주행은 그렇다 쳐도 주차를 전혀 하지 못하니 차를 몰고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도 사실 이륙만 가르치고 착륙은 가르치지 않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받는 운전면허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무튼, 비교적 최근에야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서 운전 비슷한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차장 청소를 해야 하니 차를 빼달라는 요구도 들어줄 수 있고, 가까운 마트도 큰마음 먹으면 갈 수 있다. 차폭에 대한 감이 아직 무뎌서 간판 받침을 밟은 적이 있긴 하지만, 면허가 일 년 반 만에 그럭저럭 제값은 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그럭저럭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어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면, 우선 자가용(정말 오래간만에 쓰는 단어다)을 몰면 굉장히 편리하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이 아무리 발달한 도시라도 큰 짐을 운반할 힘이나 공간을 제공하지는 않으니까, 개인 소유의 공간 자체를 움직이는 자가용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뭐든 그렇긴 하지만 운전면허도 가급적이면 일찍 따는 게 좋다는 것이다. 아무리 한창때라는 청년기라고 해도 1년 지날 때마다 그에 비례해서 숙달이 늦어지고, 무엇보다 체면이나 책임을 실감하게 되면서 겁이 많아진다. 자전거 타는 법을, 넘어져서 다쳐도 부끄럽지 않은 어릴 때 배우는 게 좋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건 그렇고 한국의 운전면허 시험은 정말 심각하게 쉬운 것 같다. 나와 똑같이 배우고 면허를 딴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고 거리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운전은 하기에 따라서 남의 목숨까지 오락가락할 수 있는 건데 좀 더 잘 가르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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