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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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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주식회사, AOS, 그라운드 플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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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블린 주식회사 Goblins, Inc. 


던전즈 앤 드래곤즈 부터 시작해서 각종 게임 덕분에 고블린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정도 정립되어 있죠. 특히 매직 더 개더링 유저라면 고블린의 이미지가 아주 뚜렷할 겁니다. 대체로 쪽수만 많고 비효율적인 짓만 골라서 하거나 마구 죽어나가기 마련인데, 고블린 주식회사는 플레이어가 직접 이런 고블린이 되어보는 게임입니다. 4인이 딱 알맞는 게임으로, 3라운드 동안 모든 플레이어가 2명씩 팀을 짜서 최종병기를 만들고 이것으로 대전을 벌이는데, 시스템이 하나하나 아주 가관이더군요.
팀을 짜면 팀 보드를 받고 타일을 랜덤으로 가져다 최종병기를 만드는데, 다섯 장을 뽑아서 두 장은 상대편과 바꿉니다. 그 뒤에 이렇게 받은 타일을 파트너에게 넘겨줍니다. 그럼 파트너가 보드에 조립을 하는 거죠. 물론 조립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번갈아가며 최종병기를 완성하면 결전을 벌이는데, 이 결전도 이와 비슷합니다. 한 전투 라운드마다 특수 효과를 주는 카드 셋을 공개하고 양 팀이 동시에 결정하는데, 이 전술을 정하는 사람과 최종병기를 운전해서 방향을 바꾸고 공격할 방향을 정하는 역할이 나뉩니다. 결국 뭘 해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전투도 꽤 재미있습니다. 무기가 발사되는 방향은 전면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공격력이 강한 쪽으로 공격을 하고 싶어지는데, 그러자면 방향이 읽히기 때문에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기 쉽습니다. 그리고 공격을 하면 무기의 수만큼 주사위를 굴려 눈의 숫자에 따라 상대 병기의 각 부분을 공격해서 파괴하는데, 어떤 부위든지 중심으로부터 철판으로 이어져있지 않게 되면 바로 파괴되므로 어느 부분을 먼저 공격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즉 이 얘기는 병기를 만드는 단계에서 무기의 방향을 적절히 분산하고, 어느 한 부분만 파괴되면 우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짜임새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어느쪽 파일럿을 모두 죽이거나 4 전투라운드가 끝나면 라운드가 끝나는데, 이때 전투를 시작하기 앞서 골라놓은 승점 카드로 승점을 계산합니다. 파괴한 타일의 종류에 따라 점수를 받기도 하고, 남아있는 타일의 종류에 따라 점수를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라운드마다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각자의 점수를 계산하는 것이죠. 

파티성이 짙은 게임치고는 제법 머리를 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사실 상대 최종병기의 어느 방향을 공격하게 될지, 그리고 어느 부위를 공격하게 될지는 순전 주사위 운이기 때문에 머리를 쓰는 게 정말 의미가 있는 건가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호막을 올리거나 타일 하나의 위치를 바꾸는 등 유용한 효과가 있는 전술 카드를 활용하는데는 머리를 쓰는 보람이 있더군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한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한 최종병기를 만드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운 없으면 순식간에 패배하지만...

아무튼 딱 4인 전용이라는 제약에, 생각해도 별 의미가 없는 과정이 많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역할 분배와 팀 교체 시스템은 상당히 신선했고 전반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서로를 잘 아는 4명이 서로 욕하면서 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네요.


2. 에이지 오브 스팀 Age of Steam




어느덧 11년이나 된 고전 명작 철도 게임. 굉장히 오랜만에 했는데, 역시 명작은 명작이군요. 게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이득을 낼 길을 모색해야 하는 데다, 모듈러 보드도 아니면서 할 때마다 양상이 변하게 되어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잔룰이 좀 있다는 것과, 초보에게 가르치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회사가 기울기 시작하면 되살리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 정도인 것 같습니다. 



3. 그라운드 플로어 Ground Floor




에미넌트 도메인, 홈 스티더스 등을 낸 테이스티 민스트럴에서 나온 게임입니다. 디자이너는 데이빗 쇼트로 스카이라인이라는 게임을 만들었군요. 아무튼 그라운드 플로어는 회사의 생태를 훌륭하게 시뮬레이트한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회사 하나를 맡아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라운드가 시작되면 사원을 고용하고, 이 사원들의 시간 토큰을 일꾼처럼 사용해서 온갖 일을 하는데, 이 일들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빡빡합니다. 게임에는 돈 말고도 정보라는 자원이 존재하는데, 뭘 해도 돈과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양쪽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초반에는 정보가 모자라고, 후반에는 돈이 모자라게 되더군요. 
시간 토큰을 보내서 할 수 있는 액션에는 정보 얻기, 홍보, 상품 얻기, 판매, 확장, 그리고 개인 보드 액션이 있는데, 각각 다른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정보는 일단 토큰을 올려놓으면 다음 라운드에 누가 자기 자리로 들어와야 나오면서 정보를 얻는 괴악한 구조이고, 홍보는 각 부문별로 영향력을 계산하여 인기도를 올리게 됩니다. 상품 얻기는 가서 상품을 얻는 액션이니까 그나마 평범합니다. 판매도 상당히 신기한데, 우선 각 플레이어가 자기 토큰을 원하는 가격대에 올려서 팔 값을 정합니다. 그 뒤에 시장 카드를 공개해서 상품 수요를 정하고, 공급이 넘친다면 자연히 싼 것부터 팔리게 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이죠. 
확장은 자기 회사에 새 층을 올리는 액션인데, 이렇게 올리는 층에는 여러가지 기능이 있어서 게임에 여러가지 도움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중 승점을 얻을 방법이라고는 오로지 이 확장밖에 없기 때문에 게임 전체의 목적이 사실상 이 건물 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임 보드 액션은 물론 방해받지 않는 액션으로, 회사 내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인데, 상품 생산, 정보 생산 등 효율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필요한 기능은 다 있더군요.

긱에는 90분짜리 게임이라고 되어있는데, 3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군요. AOS처럼  게임 내내 회사 살릴 걱정을 해야 해서 지루하지는 않았는데, 그 걱정이라는 게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체로 "돈이 없어..." 혹은 "정보가 없어..."라서 고역스러운 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꾼 놓기 게임이면서 일꾼이 자원에 가깝게 쓰인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지만, 막대한 자원을 사용해서 거창한 뭔가를 하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기회는 좀처럼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또한 승리수단과 게임 종료 조건이 건물 확장 하나로 한정적인데다, 확장을 시도하는 비용도 막대하고 , 건물 타일의 가격도 기능과 무관하게 층수에 따라 책정되어, '저렴하고 소소한 기능을 가진 건물부터 짓고 이를 이용해서 큰 건물을 짓는다'라는 일반적인 접근과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든 유용한 건물부터 짓고 나중에 승점 건물을 짓게 되니까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긴 하지만, 게임 중 상황을 봐서 비교적 싼 건물로 테크를 수정하는 등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재미를 느끼긴 힘들다는 점은 상당히 치명적이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건물을 많이 지어야 하는 게임을 만들어놓고 건물을 고르는 재미는 깎아먹은 셈이죠. 

물론 건물을 짓는 게임이면 무조건 푸코처럼 만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가격을 균일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난이도를 낮추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든 안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승점을 주는 게 이 건물 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승점을 버는 방법이 하나 뿐인 게임이 무수히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라운드 플로어의 경우는 이 점이 게임의 가능성을 크게 제한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점수 트랙을 만들고 매 라운드 인기도나, 돈, 혹은 정보 보유량의 순위에 따라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다면 게임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후반에 '할 게 없으니까 정보라도 받을게요' 하고 자포자기하는 액션도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그런 문제를 제쳐두고 보면 그라운드 플로어는 사원을 고용하고 교육하고, 같은 값이면 홍보가 잘 되어 인기가 높은 물건이 팔리고, 후반에 돈이 모자라면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재미가 가득한 수작으로, 경영 게임으로서 상당히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매력을 더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군요. 




이글루스 가든 - 보드게임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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