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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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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중학생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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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생은 불쌍하지만 남중생은 비참하다는 것이 남중 남고를 나온 나의 생각인데, 이런 말을 하면 남고도 나름 재미있고 좋았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 그 말도 맞긴 하다. 남자만 가득한 공간에서만 향유될 수 있는 문화가 분명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군대도 갔다 오면 사람도 되고 나름 좋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군대에서도 배울 것은 많고, 남중남고에서도 경험할 것이 많긴 하겠지만, 단언하건대 그따위 것들은 1년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남자만의 문화는 남자끼리 따로 모이면 나오기 마련이지만 여자가 없는 걸 어떻게 할 방법은 없지 않은가? 
아무튼 남고생보다 남중생이 불쌍하고 비참하기까지 한 것은, 중학교 시절은 자아가 확장되고 시야가 넓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때 몸도 자라지만 마음도 자란다. 그런데 바로 그 중요한 시기를 시꺼먼 사내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자라면... 영혼이 오염된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아니, 그건 과장으로 치고 넘어간대도, 성장기에 또래의 이성이 말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는 것은 인생의 괴멸적인 손해다.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고 놀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보다 불쌍하다. 
그런 손해는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든 악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생각한다(단기적으로는 졸업 앨범이라는 물건이 완벽한 낭비가 된다). 재수없으면 쑥맥이 되기도 하고, 이성에 대해 그릇된 편견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를 숙원으로 삼고 있는 나의 경우는 남녀공학 중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은 죽을 때까지 못쓸거라고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어야 뭘 쓰든가 말든가 하지, 만일 쓴다면 이건 숫제 공상과학소설이나 다름없다. 코끼리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코끼리에 대한 글만 보고 코끼리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게다가 더욱 끔찍한 것은, 대부분의 경험이 돈과 시간만 있으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남녀공학 중고등학교 학생이 되는 방법 따위는 없다는 사실이다. 돈만 있으면 우주 여행도 가능한 세상이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대다수의 사람이 당연히 나온 남녀공학의 학생이 될 수는 없다. 누구도 젊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중, 여중 따위는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거나, 최소한 다른 것을 선택할 자유 정도는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구상의 어떤 가치보다 학생의 성적을 중요시하는 나라에 그런 날이 오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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