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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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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 스퀘어 코멘터리 03. 주사위에서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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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에서 카드로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처음에는 무작위 숫자를 추출하는 데 육면체 주사위 셋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6 대신 조커(엘릭서)가 들어갔죠. 그리고 조커가 들어간 주사위는 가장 마지막에 굴렸습니다. 보너스를 받을 때는 조커가 포함된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때문에 지금에 비해 상당히 쉬운 편이었습니다. 원소의 종류가 적으니까 처리하기 난해한 조합이 나올 확률도 적고, 같은 원소를 여럿 모아두기도 편했죠. 

아무튼 그렇게 간단한 형태로 해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대로 발표해도 괜찮다 싶은 게임이었죠. 하지만 주사위 셋만 있으면 누구나 즉석에서 시트를 그려서 할 수 있는 상태로는 상품화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큐윅스'라는 훌륭한 게임도 주사위와 시트만 있으면 할 수 있긴 하지만, 거기에 비교할 수는 없죠(솔직히 큐윅스도 펀딩으로 나올 수 있는 성질의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스템은 좋지만 일반적인 게임으로서의 상호작용이나 개인의 발전이 없다는 문제도 있었으므로, 그 상태 그대로는 빙고 세트를 파는 것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주사위 하나는 6이 없다는 확률 문제도 있었죠. 
 
그래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8면체 주사위였습니다. 조커 주사위를 8면체로 바꾸고 1부터 6, 그리고 조커 둘을 넣었습니다. 6면체에서 조커가 나올 확률은 16.66%. 8면체에서 조커가 나올 확률은 25%로 다소 차이가 나긴 했지만, 6이 나올 확률이 높아져서 그만큼 게임이 어려워졌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혼자서 간단히 테스트를 해야 할 경우에는 아이폰 앱으로 8면체 주사위 셋을 굴립니다. 대신 7을 조커로 간주하고, 8이 나오면 다시 굴리죠.

그밖에도 짝수/홀수 눈만 있는 변형 주사위, 빈 칸이 있는 주사위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결국 카드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카드에는 그림을 넣기가 용이하다'는 것이었죠. 인간은 시각 정보에 가장 끌리기 마련입니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그럴듯한 그림 없이는 어떤 콘텐츠도 팔아먹을 수 없다는 얘기죠. 도스나 PC 통신 시절이 아니니까요. 특히 ‘스타더스트 임페리엄’ 제작 이후 ‘그림이 아쉽다’는 평가를 대단히 많이 받은 저로서는 지면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일러스트를 넣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확률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사위는 면 수가 결정되어 있으니까 어떤 숫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정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카드는 숫자를 빼거나 더해서 확률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죠. 매지컬 스퀘어가 넓은 연령대를 목표로 한 만큼, 난이도를 조절하는 옵션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PDF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콘텐츠 전체를 전송할 수 있다는 뜻인데, 주사위로 정한다면 ‘주사위는 알아서 사서 하세요’ 라는 무책임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겠죠. 실제로 PDF판 보드게임을 사서 직접 인쇄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런 극소수 층에게라도 체험판을 미리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해볼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사위에서 카드로 형태를 바꾸기로 결정한 것은 좋았는데, 처음에는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원소 그룹’ 자체를 카드로 바꾸는 데 집착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111, 112, 113, 114… 이렇게 숫자 셋이 붙은 카드 한 장으로 만들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계산해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을 7종의 원소로 만들자면 343장이 나옵니다. 앞뒤를 반전할 수 있으니까 중복되는 것은 빼면 많이 줄겠지만, 그러면 그 배열은 앞뒤가 다른 배열에 비해 확률이 반으로 준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량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소를 둘 씩 뽑는 방법도 시도해봤습니다. 그러면 49장이니까요. 하지만 그러니 게임에서 고민하는 맛이 사라졌습니다. 누구나 편안히 배치하고 고득점을 할 수 있었죠. 결국 이 안도 폐기되었습니다. 

그러다 주사위 자체를 카드로 바꾸는 방법을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1부터 6과 조커까지 있는 덱 셋을 만들고, 매번 그것을 한 장씩 펼치는 거죠. 이거라면 21장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런데 덱 셋을 매번 섞어야 하니 인터페이스가 끔찍했죠. 

지금의 방법은 이 인터페이스를 해결할 방법을 궁리하다 떠올렸습니다. 주머니에서 타일을 뽑듯이 그냥 덱들을 전부 섞어서 쓴다고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죠. 그 생각을 떠올리고는, 자기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사실 주사위 환경을 완벽히 컨버팅한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카드를 매번 섞으면 비슷해지겠지만, 역시 그럴 수는 없었죠. 그래서 카드를 섞을 타이밍을 정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카드를 다 쓰고 섞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러면 결국 모든 원소가 세 번씩 나오게 되어 확률이 너무 균일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뭐가 나오겠다 예측하는 맛은 있겠지만, 거기까지 고려하자면 플레이어가 너무 피곤해지는 데다, 조커가 세 번 연달아 나오고 나면 카드를 다 쓸 때까지 꿈도 희망도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게다가 어떤 숫자가 이상하게 많이 나오는, 예상치 못한 재미가 줄어들었죠. 

그래서 몇가지 방법을 테스트하다가 조커가 몇 번 나왔을 때 섞는 것으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그런데 한 번이나 두 번은 카드를 섞는 빈도가 너무 높더군요. 그리하여 지금의 ‘덱을 다 쓰거나 조커가 세 번 나왔을 때’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규칙의 장점은 조커가 빨리 나오면 랜덤성이 강화되어 재미있고, 늦게 나오면 이후의 카드를 예측할 수 있어 재미있다는 겁니다. 

테스트를 진행하다보니 이 ‘예측’을 적극 활용하는 플레이어가 있더군요. 마치 ‘매지컬 스퀘어의 프로’ 같은 느낌이었고, 이런 플레이어가 틀림없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법진 옆 빈 공간에 원소를 기록할 칸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간을 활용하면 게임이 최대 몇 턴 남았는지, 어떤 원소가 많이 나왔는지 전부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뭐였지?’ 하는 건망증에도 대처할 수 있죠. 이밖에도 게임 중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단서가 되므로, 학장(진행자)는 이 로그를 기록하면 좋을 겁니다.  

(코멘터리는 추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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