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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미니빌, 엘프님트, 마스크멘, 맨덤의 던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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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빌 Machi Koro 




미니빌은 스가무라 사와오의 “마치코로”의 한국판으로, 그의 몇 안되는 게임 중 가장 유명해진 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기본 카드인 ‘밀밭'과 ‘빵집'을 가지고 시작해서, 자기 턴에 6면체 주사위 하나를 굴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카드 중 발동 조건에 맞는 숫자가 나왔다면, 해당 카드의 능력을 발동합니다. 기본 카드인 ‘밀밭’은 누구의 턴이든 1이 나오면 동전 1개를 얻고, ‘빵집’은 자신의 턴에만 2, 3이 나오면 동전 1개를 얻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돈을 사용해서 원하는 건물을 하나 사올 수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려 자신이 가진 건물에 해당할 경우 이익을 얻는다는 이 시스템은 카탄에서 접해서 아주 익숙한 것입니다만, 미니빌은 이 시스템을 토대로 다양한 건물을 구매하여 확률에 투자하고 몇 가지 테크트리를 쌓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테크트리란 기본적으로 카드의 계통화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저렴하고 기본적인 카드를 여러 장 산 뒤, 그보다 고급 건물을 사서 특정 계통의 카드마다 얼마를 받는다는 식이죠. 간단하지만 이해하기 쉽고 모으는 재미가 있는 방식입니다. 
물론, 카드의 기능에는 이렇게 평이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돈을 빼앗는다든가, 주사위를 다시 굴린다든가, 다른 플레이어와 카드 한 장을 교환한다든가 하는 흥미로운 것들도 제법 있어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매 턴 주사위를 하나만 굴리는 게 아니라, 중반부터는 둘 굴릴 수 있게 되는데, 이 부분도 건물의 기능으로 처리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때문에 초반에는 6까지의 범위 안에서 단조로운 기능을 사용하다가 중반부터 주사위 둘을 굴려 확률은 약간 낮지만 강력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주사위를 굴리고 돈을 모으고 카드를 산다는, 대단히 단순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의 턴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고 공격의 개념까지 들어있어 상호작용도 심심치 않으며 테크를 짜는 재미도 있는, 가벼운 게임이면서 나름대로 파고들 깊이가 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게임의 목적이 '정해진 건물 넷을 가장 먼저 짓는 것’이라, 제아무리 대단한 건물들을 즐비하게 짓고 신나게 즐겨도 아차 하는 순간에 승자 한 명만 결정된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돈도 벌고 건물도 열심히 지었는데 승자 한 명 말고는 아무런 평가도 받지 못한다는 건 너무 잔혹한 일이죠. 명확하고 간편한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그 점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긴 하지만, 자기 턴에 할 수 있는 일이 완벽히 주사위 결과에 의존하고 있어서, 운이 없으면 몇 턴이고 구경만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건설 전략의 형식을 취한 게임으로서는 약간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주사위로 자원을 획득하고 이후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건물을 구매하고 그것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상호작용하는 게임을, 아기자기하고 예쁜 일러스트와 순식간에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규칙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게임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엘프님트 11 nimmt!

이름도 멋있는 명장 볼프강 크레이머의 게임이죠. 엘 그란데, 티칼, 플로렌스의 제후 등 명작을 줄줄이 만드신 분인데, 이분이 만드신 카드게임도 젝스님트를 비롯해서 적지 않습니다.


엘프님트는 바로 그 젝스님트의 후속작이라면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인데, 실제로는 젝스님트와 공유되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엘프님트에서는 1부터 100까지의 카드를 사용하며, 이것을 섞어서 각 플레이어에게 10장씩 나눠줍니다. 그리고 게임의 목적은 이 카드들을 가장 먼저 다 털어버리는 것이죠.
시작할 때 테이블에는 카드 한 장을 공개해놓습니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손에서 공개된 카드의 숫자보다 1부터 10 큰 숫자 한도 안에서 카드를 한 장 내려놓습니다. 내려놓지 않으면 공개된 카드의 더미를 손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그 뒤 덱에서 카드 두 장을 새로 공개합니다.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면서 카드를 내려놓을 선택지는 점점 늘어납니다. 

그런데 게임 내내 카드를 계속 한 장씩만 내려놓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카드를 가져갈 때 세 장 이상을 가져갔다면 ‘황소’ 카드를 하나 가져가서 자기 앞에 놓고, 그 때부터는 한 곳에 카드를 원하는 만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만일 황소를 하나 더 가져가면 두 곳에 카드를 원하는 만큼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카드를 먹고 빠르게 카드를 소모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진행해서, 어느 한 명이 손을 다 털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손에 들고 있는 카드에 그려진 황소 머리의 개수만큼 감점을 당합니다. 카드 디자인이 똑같은 것처럼 이 감점 방식도 똑같군요. 어째서 볼프강 크라이머가 이다지도 황소를 싫어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게임은 카드를 내거나 먹거나로 진행되고, 카드를 먹은 뒤에는 맹렬한 기세로 다시 뱉어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원카드와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공격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카드를 놓으려던 곳이 없어지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져, 그런 면에서는 루미큐브를 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또 그러면서도 루미큐브처럼 묘수를 짜내어 기막히게 손을 터는 게임은 아니라 대체로 큰 감동 없이 잡담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그런 분위기도 무척 편하고 좋아서 브릿지 게임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젝스님트가 제법 머리를 쓰면서 웃음도 터지는 게임이었던 데 비하면 너무 굴곡 없이 평탄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마스크멘(마스크맨) MaskMen



사사키 준과 신자와 다이키의 합작으로, 일본의 오잉크 게임즈에서 나왔습니다. 사사키 준이 이전에 만든 “핫타리”는 국내에서도 각광받은 적이 있습니다. 
숫자나 문양 없이 레슬러들의 마스크가 그려진 카드와 그 레슬러 마스크의 토큰만이 포함된 이 신비로운 게임은 놀랍게도 달무티와 같은 클라이밍류 손털기 게임입니다. 숫자도 문양도 없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요? 답은 마스크 토큰에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선수들은 아직 데뷔를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 상태에서 선 플레이어는 원하는 카드를 1장 냅니다. 그럼 그 다음 플레이어는 데뷔하지 않은 다른 선수 카드를 선 플레이어가 낸 카드보다 1장 많이 내야 합니다. 그러면 선 플레이어가 낸 선수보다 다음 플레이어가 낸 선수가 더 강하다는 것이 결정되어, 이것을 토큰으로 표시합니다. 
이런 식으로 선수간의 강약 관계가 결정되면, 이후로는 데뷔하지 않은 선수 카드를 앞 플레이어가 낸 카드 장수보다 1장 많이 내서 앞 선수보다 더 강하게 데뷔시키거나, 아니면 앞 플레이어가 낸 선수보다 더 강한 선수 카드를 앞 플레이어가 낸 카드 장수와 동일한 장수로 내면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면서 카드의 서열이 결정되는 것이죠. 따라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면서 손에서 어떤 카드를 강하게 만들 것인가 고려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선수를 강하게 만들고 나면 강한 패가 손에서 줄어든다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라이너 크니지아 박사가 좋아할 것 같은 딜레마군요.

게임은 총 4시즌(라운드)를 진행하며, 시즌마다 손을 터는 순서에 따라 +2, +1점을 받고, 꼴지는 -1점을 받습니다. 

클라이밍 게임이면서 서열을 플레이 도중에 결정하는 방식은 처음 보기도 했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것이라 무척 놀랍고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서열이 결정된 클라이밍 방식에 익숙한 탓에, 서열이 결정되는 방식과 게임을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일지 상당히 오랫동안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강약이 결정되고 결정되지 않은 관계를 표시하는 게 약간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점을 제외한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예쁘다고 생각할만한 색채와 디자인의 카드에, 흥미로운 테마와 시스템을 한, 무척 신선한 브릿지 무게의 게임이었습니다. 

 




맨덤의 던전 Dungeon of Mandom
 


마스크멘과 마찬가지로 오잉크 게임즈에서 제작된 게임으로, 국내 퍼블리셔 보드엠 팩토리를 통해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던전이 있으면 당연히 있는 모험가가 되어 게임에 참여합니다. 테이블 가운데에는 모험가의 장비 상태가 타일로 나타나 있습니다. 갑옷, 방패, 횃불, 성배(다른 게임에서는 그토록 찾아헤매는 바로 그 성배가 기본 아이템입니다), 검, 창 이렇게 그럴듯한 풀세트를 가지고 시작하죠. 
그런데, 이 인간들이 던전에 바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이 되면 패스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덱 맨 윗장을 보고 던전에 집어넣거나, 자기 앞에 뒷면으로 놓으면서 장비 하나를 뺍니다. "이 던전에 방패따위는 없어도 충분하지.” 하는 식으로 허세를 부리는 셈이죠. 그래서 턴이 진행될 수록 던전에는 몬스터가 득시글거리고, 장비는 점점 약화되는데, 플레이어는 타이밍을 봐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패스를 선언합니다. 그렇게 한 명 빼고 나머지가 모두 패스하면 남은 한 명은 울며 겨자먹기로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죠. 

던전에 들어가면 던전에 모인 카드를 위부터 한 장씩 공개해서 몬스터를 성공적으로 물리치는지, 아니면 그렇지 못하고 데미지를 받는지 판정합니다. 어지간한 몬스터는 횃불이나 성배로 처치할 수 있지만, 무작정 몸으로 때워야 하는 몬스터도 적지 않습니다. 용사의 검에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몬스터 한 종류를 골라서 그것을 모두 처치한다’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그게 적절히 적용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죠.  
만일 운 좋게 던전을 클리어하면 보물 하나를 받습니다. 실패하면 한 번 죽습니다. 두 번 죽으면 게임오버고, 그렇게 보물을 먼저 둘 모으거나 최종 생존자가 되면 던전에 들어간 적이 있든 없든 승자가 됩니다. 

던전을 테마로 한 게임이라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던전 탐험 게임이 아니라 기억력, 블러핑 계통이라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하지만 던전 탐험이라는 테마를 재미있게 비틀어놓은 게임이더군요. 잔뜩 허세를 부려서 신통치 않은 상태로 모험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도날드 X 벡코리노의 “건틀렛 오브 풀스”와도 비슷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플레이어는 일단 자신이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잘 결정하고, 카드를 넣거나 빼면서 장비를 해제해야 하는데, 들어가고 싶다면 강력한 몬스터를 빼면서 남들이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중요한 장비를 해제해야 하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약한 몬스터만 빼면서 없어도 큰 문제는 없을법한 장비를 해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플레이 하므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죠. 그런 혼란 속에서 기막히게 눈치를 봐야 하는 게임입니다. 3명이나 4명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브릿지 게임이더군요. 다만 블러프 게임이면서 수용인원이 적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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