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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러시안 레일로드, 콘코디아, 오레곤, 스피리움 등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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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UGO!

 


 

우고는 변형 트릭테이킹 게임으로, 땅을 개척해서 왕국을 세운다는 테마를 갖고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개인 보드와 카드를 갖고 게임을 시작하며, 트릭테이킹 게임이 대체로 그렇듯이 선 플레이어가카드를 내면 그와 같은 색을 내야 합니다. 트럼프 수트(가장 서열이 높은 색)은 따로 없으며, 모든 플레이어가카드를 한 장씩 내면, 그 중 가장 높은 숫자를 낸 플레이어가 이번 트릭에 나온 카드를 가져가서 자신의 개인보드에 정리해서 쌓아놓는데, 개인 보드의 각 구획에 색깔을 나눠서 쌓되, 이번 트릭에서 딴 카드는 높은 숫자가 위로 가도록 합니다. 이렇게 카드를 놓으면 그 구획을 개척한 것이고, 이게 라운드가 끝날 때 얻는 점수의근간이 되는 것이죠.

 

여기까지 보면 "널 앤 보이드"와 비슷한 게임인 것 같지만, 우고는 좀 더 나아가서, 게임 내에 "농부" 토큰이 존재합니다. 각 카드에는 그 카드를 사용해서 이겼을 때나 졌을 때 몇 개의 농부 토큰을 얻게 되는지 적혀있고,이를 통해서 농부 토큰을 얻는데, 이렇게 얻은 농부 토큰은 자신의 보드의 각 구획에 표시된 농부 칸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라운드가 끝났을 때 카드도 있고 농부도 모두 있는 구획은 카드에 표시된 점수를 얻지만, 카드만 있고 농부는 없는 경우에는 모자란 농부 당 5점씩 감점당합니다. 일할 노동자도 없는데 개척 사업을 벌이지 말라는 뜻일까요? 그런 반면 카드는 없고 농부만 모두 채운 경우에는 보드에 적힌 점수를 얻습니다.

 

아무튼 우고는 이 두 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한 번 높은 숫자를 얻은 색깔은 두 번 다시 얻지 않도록 도망다녀야 하는 한편으로 적절히 농부를 얻어야 하며, 라운드 후반에 농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싶으면 새로운 색은 얻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이길 것 같다 싶으면 낮은 카드, 그리고 새로운 색깔을 마구 던져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높은 숫자 카드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남에게 던질 낮은 카드도 잘 보관했다가 적재적소에 던지는 카드 관리가 필요한 게임입니다.

 

굉장한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알기 쉽고, 머리 터지는 카운팅도 필요없고, 트릭테이킹 게임으로서는 너무 변칙적이지 않은 선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점수 관리에 필요한 도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건 아쉽지만,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으로 괜찮은 점수 기록 앱이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안 레일로드 Russian Railroads

 

 

에센에서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죠, 철도의 18xx시리즈를 제작한 Helmut Ohley와 Leonhard Orgler가 합심하여 만든, 역시나 철도회사 경영을 테마로 한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일꾼을 액션 칸에 배치하여 액션을 하고 이에 따라 회사의 발전 상황을 개인보드에 표시하는 방식이며, 건물이나 철로를 지도가 보이는 보드에 따로 건설하지는 않지만 기술자를 고용하고 열차와 철도를 업그레이드하며 공장을 세우는 한편 철로를 확장하여 도시에 연결하고, 이 발전 상황에 따라 승점을 받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꾼을 보내서 액션을 하고, 그렇게 개인 보드의 각 트랙의 마커를 전진시켜서 적혀있는 이득을 얻으라는 것인데, 해보니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각 트랙에 적힌 이득을 얻으려면 액션으로 철로 마커를 전진해야 하는데, 아무리 철로 마커만 앞으로 보내봤자 대체로 별 소용이 없고 그 칸까지 갈 수있는 열차가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칸에 적힌 숫자 이상의 숫자가 적힌 열차를 보유해야만 그 곳의 이득을 얻고, 라운드마다 철로 점수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으로 주어지는 검은 철로는 점수가 되지 않아 더 좋은 철로로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이게 마커를 다음 철로 마커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새 철로 마커를 놓고 다시 앞으로 보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새로 개발된 철로부터 깔 수는 없기 때문에, 아무리 점수가 높은 철로를 앞으로 보내고 싶어도 낡은 것부터 먼저 보내야하는 부조리에 시달리게 됩니다. 게다가 이 업그레이드 단계는 총 5단계인데다가, 마커가 트랙에서 어느 칸까지 전진해야만 사용할 수 있죠.

 

그런 한편으로 특정 칸에 도달하면 받을 수 있는 막대한 보너스(철로 마커 네 칸 전진 등)를 얻기 위한 트랙이나 점수를 얻기 위한 트랙도 전진해야 하고, 개별적인 보너스를 얻고 발전 마커를 전진시키기 위한 공장도 건설해야 합니다. 신경쓸 게 상당히 많죠. 신경을 안 쓴다고 마틴 월레스의 게임처럼 빚을 지거나 아그리콜라처럼 굶어서 감점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라운드마다 각 트랙에서 점수가 발생하므로 뒤쳐지기 시작하면 그 차가어마어마하게 커졌습니다. 선을 잡지 않고 기본이 되는 첫번째 트랙에만 집중했더니 다른 플레이어는 100점넘는 점수를 한 번에 얻는데, 저는 70점이나 고작 얻을까 말까 하는 일이 벌어지더군요.

 

위에도 적었듯이 에센에서 화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그럴만한 게임인가 싶었습니다. 일단 철도 게임의 로망은 광대한 지평선을 가르는 철도를 깔아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이 게임에서는 말만 러시안 레일로드고 각자의 보드에 개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철도를 깔아서 테마의 매력이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각 트랙에서 어디까지 가면 무슨 보너스를 얻는다는 내용의 당위성도 그다지 느낄수 없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 게임을 구성하는 시스템의 근간으로 보이는 선로의 업그레이드 시스템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문명이라면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맞겠지만, 선로의 재질을 바꾸는 게 무조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영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며, 높은 단계의 선로를 확장하기 위해 낮은 단계의 선로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액션칸은 선점당했고 마커는 앞이 막혀서 진행을 못하는 상황은 재미난 난관이라기보다는 그냥 답답한 상황으로만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검은 마커가 진행한 곳부터 다음 마커가 오기 전까지의 칸은 모두 검은 노선, 회색 마커부터 그 갈색 전까지는 회색 노선이니 몇 점, 이런 식으로 일일이 계산해야 하는데다 점수 2배 토큰까지 계산해야만 하는 점수 계산 방식도 적잖이 번거롭더군요. 자금이나 자원을관리하는 대신 이렇게 다양한 단계의 철로를 관리하는 게 주요한 차별점이고 재미거리이긴 한데, 적어도 저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철로를 관리해서 뭘 어느 칸까지 전진시키고, 어떤 보너스를 얻어서 다음 목적을 달성할까, 어떤기술자를 얻어서 활용할까, 어떤 임무를 달성할까 하는 게임 진행이나, 보드의 발전 상황에 따라 점점 큰 점수를 얻어가는 재미는 상당한 것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발전 상황이 신통치 않은 플레이어로서는 굉장히 답답하고 역전의 찬스를 잡기는 지난해 보였습니다. 발전 상황에 따라 매 라운드 점수를 받으니 뒤쳐진 플레이어가다른 플레이어를 따라잡는 건 갈수록 배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아무튼 제가 게임을 잘 못하기도 했지만, 게임의 재미나 사람들의 전반적인 평가와는 무관하게 영 마음에 들지않는 게임이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중급자에게도, 철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권하지 않을 겁니다. 

 

 

크툴루 다이스 Cthulhu Dice

 


프리드만 프리제가 괴짜로 유명하긴 하지만, 괴짜로는 더 일찍부터 유명했던 스티브 잭슨의 간단한 주사위 게임.

 

각 플레이어는 정신력(요즘 말하는 멘탈) 토큰을 나눠 갖고 돌아가면서 주사위를 굴려 나온 눈에 따라 다른 플레이어를 저주합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정신력을 빼앗을 수도 있고, 깎을 수도 있고, 혼자 정신력을 회복할 수도 있고, 다같이 깎일 수도 있습니다. 저주를 받은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려 반격을 한 뒤에 턴이 넘어갑니다.

 

이 게임에서 특히 재미있는 점은 정신력이 깎여서 미쳐버려도 게임에서 아웃되는 것이 아니라, 공격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공격은 할 수 있는 깍두기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크툴루의 공포에 미쳐버렸다고 당장 죽는 건 아니니까 테마에 맞는 얘기군요. 그래서 다들 미쳐 날뛰다가 결국은 크툴루 주사위가 나와서 다같이 미치고 끝난다는 비참한 결말이 적잖이 벌어지는, 테마 중심적 브릿지 게임입니다. 뭐 이런 게임이 다 있나 싶기도 하지만, 크툴루 신화를 아신다면 충분히 수긍할만 합니다.

 

 

콘코디아 Concordia


안티크, 임페리얼, 네브가도르, 마추픽추의 제후 등으로 유명한 론델쟁이 맥 거츠의 게임으로, 로마의 각 가문이 유럽(혹은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으로 진출하여 무역로를 개척한다는 테마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게임은 론델 시스템을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원형의 명령트랙에서 자기 마커를 움직여 액션을 하며, 이 트랙의 구성에 따라 뭘 하면 당분간 뭘 하지 못하게 된다는 판단을 기본 시스템으로 고집해온 맥거츠의 게임으로서는 놀라운 일인데, 이 론델 대신에 채용된 시스템은 바로 카드입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동일한 액션 카드를 손에 들고 시작하는데, 자기 턴이 되면 카드 한 장을 내려놓고 그 액션을수행합니다. 자신의 마커를 움직여서 무역로를 개척하고 인접한 도시에 상회를 만들 수도 있고, 상품을 사고팔 수도 있고, 특정지역에서 모든 상회가 상품을 생산하게 만들 수도 있고,  다른 플레이어가 마지막으로 쓴 액션을 복사할 수도 있고, 보드에 공개된 카드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카드를 사면 이것이 손에 들어오고, 그만큼 액션의 폭이 넓어지는 것인데, 이 방식은 도미니언으로 시작된 덱 빌딩 방식과도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손에 든 명령 카드를 다 쓰면 어떡할까요? 레이스 포 더 갤럭시라는 걸출한 명작을 만든 톰 레만의"미들 킹덤"을 해 보신, 다소  불운한 분이라면 짐작하셨겠지만, 기본 카드 중에는 자신의  모든 카드를  손으로 되돌리고 되돌린 카드의 장 수에 따라 점수를 받는 카드가 있습니다. 즉, 여러가지 액션을 가능한한 많이 쓰다가 더는 할만한 게 없다 싶으면 리셋하라는 것이죠.

 

이 시스템을 명령트랙의 거리에 따라 명령이 제약된다는 론델 시스템의 카드 버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게임을 해 보면 할 수 있는 액션이 점점 줄어들고, 했던 액션을 또 하려면 다른 액션을 거쳐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확실히론델과 흡사한 면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편집 가능한 자신만의 론델을 갖고 게임을 한다고 보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카드가 이렇게 액션을 선택하는 데만 쓰이지는 않습니다. 각 카드의 하단에는 로마 신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 신에 따라 게임이 끝났을 때 점수를 얻게 됩니다. 자신이 진출한 지역의 숫자, 자신이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의 숫자, 특정 상품을 생산하는 상회, 마커의 숫자 등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자신의 플레이 상황에 따라 점수도 생각하고 카드를 사 모아야 하는 것이죠. 점수를 미리 생각하고 카드를 사 모으느냐, 아니면 액션의 내용을 우선시해서 사 모으고, 나중에 상황에 따라 구성이나 플레이를 조정하느냐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게임의 전반에는 아무래도 세력 확장에 중점을 두게 되므로 점수는 후반에 챙기게 되더군요. 아무튼 카드가 액션의 종류를 결정하는 한편으로 승점이자 임무 카드의 성격을 띈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런 근간 시스템을 제외하면 크게 대단할 것은 없어서,  게임은 무역로를 개척하고 상품을 사거나 생산해서 새 상회를 짓거나 카드를 산다는 다소 평이한 방식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잘 뜯어보면 그 밖에도 자잘한 부분도 알기 쉽고 재미난 것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카드는 보드의 트랙에 공개되고 사가면 뒤의 것들이 앞으로 밀려 오는데, 앞의 것은 추가 비용이 적고 뒤의 것은 높다는, "스몰월드"에서 검증된 시스템으로 판매됩니다.

 

그리고 한 지역의 생산을 명령하면 그 지역의 상회는 모두 생산을 해서 다른 플레이어도 이득을 볼 수 있는데,  거기다 명령을 한 플레이어는 그 지역의 특산품을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카탄 같기도 하고 푸에르토 리코 같기도 하죠. 게다가 사용하면 오른쪽 플레이어에게 넘어가는 특산품 생산 2배 카드도 있어서 플레이어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 생산을 명령한 지역은 토큰이 뒤집혀 특산품에서 동전 면으로 바뀌는데, 이렇게 되면 더이상 그 지역에서는 특산품 생산이 되지 않지만, 생산 액션으로 그렇게 공개된 동전만큼의돈을 얻고 특산품 상황을 초기화 할 수 있습니다. '한 것을 당장 또 할 수 없고 초기화 해야 한다'는 기본 시스템의 논리가 여기에도 적용된 셈이죠. 이 때문에 뭘 생산할 것인지, 아니면 기다렸다가 수금을 할 것인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아주 흥미로운 고민이죠.

 

콘코디아도 특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인 게임은 아닙니다만, 다른 게임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재미난 시스템들이 서로 어울리게 잘 섞여 있는 게임입니다. 그 중에서도 론델과 덱 빌딩과 임무가 섞인 듯한 카드 시스템은 정말 감탄할만하죠.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은 요즘 인기있는, '정해진 단계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 하는' 방식이나 '돈이나 자원이없어 오래도록 고통받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이런 시스템 안에서 하고 싶은 걸 해보렴' 방식이라 다소 복고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허덕이지 않고 어렵지 않게 돈을 벌고 자원을 사고 원하는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데 큰 고난이 없으며, 평가 받을 때까지 명백한 승자가 보이지 않는 게임이 퍽 마음에듭니다.

 

 

오레곤 Oregon


래투스의 디자이너 Henrik Berg, Ase Berg의 2007년작으로, 서부 개척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드에는 X축과 Y축에 아이콘이 들어간 좌표가 설정되어 있는데, 각 플레이어는 건물 카드와 지형 카드를 합쳐서 4장 들고 게임을 진행하며, 자신의 턴에 지형 카드 두 장을 사용해서 해당되는 좌표에 자신의 일꾼을 놓거나 건물 카드와 지형 카드 한 장을 사용해서 그보다 넓은 범위로 설정되는 좌표에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일꾼을 놓으면 주변 8칸 내에 있는 건물의 효과를 발동하는데,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광산에서 광물(점수)토큰을 받을 수도 있고, 이후에 건설된 건물에 적힌 점수를 얻거나, 또 다른 부수적인 효과를 받을 수있습니다.

 

그리고 건물을 건설하면 주변 8칸 내에 있는 모든 일꾼이 그 효과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가능한한 자기 일꾼을 한군데 모아놓고 그 옆에 짓는 게 좋겠죠.

 

이렇게 게임의 규칙 자체는 간단합니다만, 모든 액션이 카드에 맞는 좌표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데다가, 손에 든 카드의 장 수도 굉장히 적어서 하고 싶은 일을 도통 하기 힘듭니다. 비슷한 시스템인 "메모와'44"는 카드가 안 맞아도유닛 한 개는 움직일 수 있었지만, 여기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내내 플레이어들이 머리를 싸매고 신음을 흘리는 광경이 연출되는데,  이런 점을 보면 장르는 퍼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 시스템에 더해, 일꾼을 셋 이상 연달아 놓으면 새로 놓을 때마다 5점이라는 큰 점수를 얻을 수 있어서 남의 길목을 막는 오목 같은 궁리도 해야 하며,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턴 추가 타일과 조커 타일을 활용하고 이것을 건물 효과로 회복하는 순발력도 요구되더군요.

 

이 게임 역시 오래된 게임이기도 하고, 출시년도를 생각해도 트렌드에도 딱 맞는 게임은 아니긴 합니다. 그보다는 타일 놓기 트릴로지를 만들었던 라이너 크니지아가 만들법한 게임으로 느껴지는데, 세상에 트렌드에 맞는 전략 게임만 있다면 보드게임계는 훨씬 좁고 척박한 세상이었겠죠. 아무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이런게임이 훨씬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을 떠나서라도 퍼즐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음에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스피리움  Spyrium

 



스피리움은 케일러스로 일꾼놓기 장르를 개척한 William Attia의 게임으로, 스피리움이라는 미지의 원소를 개발하는 스팀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일꾼 몇 명과 돈, 스피리움 약간을 갖고 게임을 시작하며, 매 라운드 테이블에는 카드 아홉 장이3*3의 모양으로 공개됩니다. 라운드는 배치 단계와 활성화 단계로 구성되며, 플레이어는 자신의 일꾼을 공개된 카드들 중 두 카드 사이에 배치하는데, 활성화 단계로 넘어가면 이 일꾼을 가져오면서 인접한 카드 중 한 장에 인접한 일꾼의 수만큼 돈을 받거나, 일꾼을 가져오면서 인접한 카드 중 한 장에 인접한 일꾼의 수만큼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그 카드를 건설 혹은 인물의 경우 발동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일꾼을 보내서 입찰을 하는 셈인데, 경쟁자가 많을 때 포기하면서 돈을 받는 매커니즘은 다른 일꾼들에게서 포기할 테니 돈을 좀 내놓으라고 해서 나오는 걸로 이해하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카드에는 공장, 특허, 인물이 있는데, 공장은 요약 카드 우측에 짓고 카드에 따라 즉시 효과를 받거나 일꾼을 보내서 이용하거나, 옆으로 꺾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허는 패시브 능력으로, 사두면 게임내내 유리한 효과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인물은 사오는 게 아니라 능력 효과를 적용받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여러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운드마다 사건 카드가 한 장씩 공개되어, 라운드마다  한 번씩 이용할 수 있습니다. "노틀담"에서 라운드마다 인물 카드 능력을 한 번 사용하는 것과 어느정도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돈으로 승점을 산다든가, 스피리움으로 돈을 산다든가, 일꾼을 추가로 얻는다든가 하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습니다만, 안 하면 심각하게손해를 보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카드를 사서 자신의 개인공간을 구성해나가며 그 능력을 사용하고, 돈이나 스피리움, 일꾼 등의자원으로, 그리고 건물 자체로 승점을 버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모양 자체는 카드를 시장에서 사다 활용한다는 것으로 상당히 익숙한데, 일꾼의 사용 방식이 일꾼 놓기 게임의 효시인 케일러스로부터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안 레일로드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일꾼 여럿을 한 칸에 넣을 수 있게 되어, 일꾼이 선점 선택 표시 뿐만 아니라 자원으로서도 취급되고 있고, 사고 싶은 카드에 몰아넣어서 영향력 게임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일종의 경매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후자의 시스템은 카드 구매와 돈 벌이를 같은 공간에서 해결하는 놀라운 것이죠.

 

스피리움의 이러한 시스템은 이 디자이너의 같은 일꾼 놓기 카드 게임인 "케일러스 마그나카르타"에 비해 다소 느슨한 편이라 칼같이 딱딱 들어맞게 선점하고 운용하는 재미는 없습니다만, 대신 살짝 느슨한 환경에서 좀더 폭넓게 자신의 카드, 자원을 운용해서 승점을 생산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요컨대 시스템을 따라가는 재미보다는 플레이의 폭을 넓히는 재미가 크다는 뜻입니다. 역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이군요.

 

예전에 "51번째 주"라는, 카드를 여러 방법으로 운용, 건설하면서 자원을 관리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그것과테마, 시스템이 확연히 다르면서도 건물을 짓고 자원을 이렇게 저렇게 만드는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훨씬 깔끔하게 잘 정리된 게임인 듯 했습니다. 스팀펑크라는 테마 자체가 친숙하지 않아서 뭔지도 모를 자원을 역시 정체 불명의 공장에서 가공하는 데다, 제목이 스피리움이면서 게임이 끝났을 때 스피리움 자체에 대해서는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게 옥의 티라면 티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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