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레거시 Lost Legacy

러브레터로 유명한 미니 게임의 스페셜리스트 카나이 세이지의 작품으로, 러브레터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러브레터와 마찬가지로 카드를 1장씩 가지고 시작해서 한 장을 뽑고 한 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실상 한 명의 생존자만을 뽑던 러브레터와 달리, 로스트 레거시에서는 유적 카드를 찾는다는 목적이 추가되었습니다.

게임 방식은 여전히 간단명쾌합니다. 덱을 섞은 뒤 유적 더미에 한 장을 빼놓고, 플레이어들에게 한 장씩 나눠줍니다. 그 뒤 돌아가면서 한 장을 뽑고 한 장을 쓰는데, "유적 더미"가 생긴만큼 능력이 러브레터에 비해 다양화 되었습니다.
덱 맨 윗장을 보고 유적 더미에 섞어넣기,
유적 더미 중 한 장을 보고 자신의 손과 바꾸기,
다른 플레이어의 손을 보고 자신의 손과 바꾸기,
다른 플레이어의 손이나 유적 더미 중 한 장을 보고, 유적을 발견하면 승리하기,
다른 플레이어에게 보여졌을 때, 그 플레이어를 죽이고 그 플레이어의 손을 빼앗기,
다른 플레이어의 손을 보고, X카드라면 그 카드의 효과를 무시하고 죽이기,
덱 맨 윗장과 자신이 사용한 카드 중 한 장을 유적 더미에 섞어 넣기,
숫자를 찍어서 상대의 손이 그 숫자라면 죽이기,
등등 다양한 능력이 있어서 양자택일로 이 능력들을 활용하는 재미가 전보다 풍부한데, 그런 한편으로 추리를 잘못 했다가는 순식간에 죽어나가던 러브레터 보다는 능력들이 온건한 편이라 긴장감은 러브레터보다 좀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덱이 다 떨어지면 발굴이 시작되는데, 이것도 매우 간단합니다. 손에 남은 카드 번호가 낮은 순서부터 돌아가면서 유적이 유적 더미 중 어떤 카드일지, 아니면 어떤 플레이어의 카드일지 찍어서 맞추는 것이죠. 그래서 순서가 빠르면 확률이 낮고, 순서가 늦으면 확률이 높아지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다들 찍었는데도 발굴에 실패하면 무승부가 됩니다.

러브레터가 그랬듯이 적은 인원이 짧은 시간 동안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굉장한 요령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막힌 전략을 짜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양자택일로 그때그때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르는 재미, 그리고 발굴을 고려해서 손을 낮은 카드로 바꾸어가는
재미, 상황에 따라 하나의 선택지에 내몰리는 재미(두 번 내려놓으면 죽는 카드와 내려놓으면 안되는 카드를 쥐고 있을 때라든가), 유적을 뽑아버리면 그것을 어떻게든 감추는 재미 등등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더군요. 기본팩에도 확장이 포함되어 있고, 추가 확장도 출시되어 있어서 카드의 바리에이션도 넓은 편이고, 게임의 진행 양상 자체가 전체적으로 러브레터보다 풍부해서 좋았습니다. 아동과 러브레터를 재미있게 하셨다면 다음 단계로 로스트 레거시를 시도해보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큐윅스 Qwixx

플레이어는 자기 턴이 되면 흰색 주사위 둘과 색깔 주사위 넷을 굴립니다. 여기까지 보면 당연히 야찌의 변형인가 싶지만, 주사위를 골라 다시 굴리는 과정은 없어서 야찌의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 뒤 주사위를 조합해서 시트에 체크하게 되는데, 턴 플레이어는 흰색 주사위의 합 또는 흰색 주사위 하나+색깔 주사위 하나의 합을 체크해야만 하고(둘 다 체크할 수도 있습니다), 턴이 아닌 플레이어들은 흰색 주사위의 합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시트를 보면 위 두 줄은 오름차순, 아래 두 줄은 내림차순으로 정렬되어 있는데, 한번 체크하면 그 앞부분에는 체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났을 때 한 줄에 몇 개의 숫자가 체크되어 있는지에 따라 점수를 받기 때문에 신중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만일 도저히 체크할 숫자가 없거나 체크하고 싶지 않다면 게임 중 네 번까지 -5점을 받고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
게임 중 한 줄에 다섯 개가 체크되어 있다면 그 줄의 맨 오른쪽 숫자를 체크하고 해당 색깔 주사위를 봉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주사위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선택지가 줄어드는 만큼 게임은 좀더 빡빡해지는데, 주사위 둘이 봉인되거나 누군가 네 번 감점당하면 게임이 끝나고 점수를 계산해서 승자를 가립니다.
이런 류의 게임이 대체로 빠르긴 해도 남의 턴에는 손놓고 구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큐윅스는 카탄처럼 남의 턴에도 주사위 눈을 적용해서 시트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더군요. 빠르고 간단하면서 적당히 머리도 써야 하는, 가족/파티게임으로 손색없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물을 모은다든가 유적을 발굴한다든가 하는 테마가 씌워지면 좀더 보기에 재미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방 사쟁록(동방 도미니언) Touhou Shisouroku: Touhou Koumakyou-hen

보드게임계에 새지평을 연 덱빌딩 게임 "도미니언", 그리고 일본 서브컬쳐에 새지평을 연 게임 "동방 프로젝트"의 콜라보 제품으로, 도미니언에 동방 프로젝트의 테마를 입힌, 충격적인 물건입니다. 한 팩 나오고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많이 나왔더군요. 하비재팬, 정말 무서운 회사입니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아예 작정한 듯, "니트로 플러스 카드 마스터즈", "니혼이치 소프트웨어 올스타즈", "세계수의 미궁", "진심으로 날 사랑해라! D"의 콜라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군요. 도미니언이 완결된 만큼(보드게임에 완결이라는 말을 붙이게 될 줄이야) 무한 확장의 걱정은 없으니, 좋아하는 테마가 있으시다면 한 종류를 모아보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다만 하비재팬의 추진력을 보면 앞으로 어떤 콜라보가 더 튀어나올지는 모르겠군요.

도미니언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기존의 트레이딩 카드 게임 플레이 구조 자체를 보드게임으로 구현한 게임으로, 각 플레이어는 동일한 덱으로 시작하지만, 자신의 턴 중 카드를 구입함으로써 덱의 구성을 조정하고, 이후에 구입한 카드를 사용하여 자신의 플레이를 유리하게 하고 다른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등 여러가지 효과를 즐기는 한편으로, 최종적으로는 승점 카드를 구입하여 덱에 포함된 승점의 합으로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이 듣도보도 못한 발상에 전세계의 보드게이머가 경악했는데... 카드게임을 선호하는 일본에서는 풍부한 서브컬쳐와 만나서 이런 콜라보가 탄생한 것이죠. 어떻게 보면 예정된 결과입니다만.
퍼즐 앤 드래곤; 공략! 메탈드래곤 던전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서비스되어 많이들 아실 퍼즐 앤 드래곤이 2013년 11월 15일에 덱빌딩 게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각종 카드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제작하는 미디어 팩토리에서 만들어졌으며, 보드게임긱에는 아직 등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요 카드는 24종으로 좀 적은 감이 있고, 시스템은 도미니언과 썬더스톤의 중간 정도 되는데, 마법석으로 카드를 사고, 카드를 플레이해서 그 공격력으로 승점 카드인 메탈 드래곤을 잡는게 목적입니다.

특기할만한 시스템으로는 "리더" 시스템이 있는데, 각 카드마다 리더 능력과 일반 능력이 따로 있어서, 카드를 리더로 등록해놓으면 그 효과를 매 턴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게임 초반부터 무엇을 리더로 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덱을 구성해나갈 것인지 미리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속성 카드의 공격력을 2배로 만드는 카드를 샀다면 그 속성으로 밀고 나가야겠죠. 덱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턴을 허비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마법석으로 당장 승점을 높일 방법은 없기 때문에 썬더스톤처럼 어느 시점을 지나면 돈이 영 쓸모없는 물건이 되므로, 이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액션 카드를 잘 활용해서 카드를 쭉쭉 뽑고 공격해야 하는데, 카드의 기본 능력들은 대체로 드로우나 마법석, 액션 기회를 늘려주는 것들이고 그 밖의 상호작용은 별로 일어나지 않아서, 도미니언에서 "마을" "대장장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액션 기회를 잘 늘려 가급적 많은 카드를 플레이하는 것이 게임의 주요한 전략이라는 점은 몹시 아쉽습니다. 도미니언에서 가장 지루한 부분이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던전덱을 다 쓰면 덱의 승점카드에 적힌 점수 합을 비교하여 승자를 가리는데, 놀랍게도 메탈 드래곤 중에는 헤비 메탈 드래곤이 있어서, 이 녀석을 잡으면 바로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수련회 보너스 점수도 아니고 이건 너무한 시스템이죠.
아무튼 "리더 시스템" 하나만큼은 참 독창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만, 그밖의 카드 구성은 너무 단순하고 맥빠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덱빌딩 최고의 매력포인트란, 카드를 사서 덱의 구성을 바꾸고, 산 카드를 사용해서 자신의 플레이를 점차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것인데, 난이도를 너무 낮게 설정한 탓인지 이런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확장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리더 시스템"을 잘 살리는, 재미난 카드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컬러레또 Coloretto

사무라이 Samurai

다작의 제왕, 라이너 크니지아 박사의 타일놓기 트릴로지(사무라이, 티그리스 앤 유프라테스, 쓰루 더 데저트)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입니다. 보드게임방에도 상당히 많이 보급되었죠. 세 종류 토큰을 일본의 각 도시에 골고루 배치하고 시작해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이 되면 타일 하나를 놓습니다. 그래서 한 도시가 타일과 바다에 완전히 둘러싸이면 도시에 놓인 토큰 별로 플레이어의 영향력 점수를 계산하고,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해당하는 토큰을 가져갑니다.
기본은 이게 전부지만 라이너 크니지아 박사는 이렇게 간단한 시스템에 재미난 요소를 재주좋게 덧붙이는 디자이너라, 특정 토큰에만 영향력을 갖는 타일, 모든 토큰에 영향력을 갖는 타일, 턴을 소모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특수 타일 중 어떤 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그리고 누가 어디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것을 방해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 재미는 출시된지 16년이 되는 지금에 와서 봐도 알기 쉽고 잘 조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게임이 끝났을 때 어떤 종류의 토큰을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많이 갖고 있어야 예선을 통과하고, 예선을 통과한 플레이어 중에서 예선에 쓰지 않은 토큰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한다는 시스템은 재미있긴 하지만 초심자들이 게임의 방향을 잡지 못해 어리둥절하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양날의 검인 셈이죠. 하지만 그 부분만 잘 이해시킨다면 누구나 재미있게 할만한 명작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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