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 3gs와 아이패드 1세대를 쓰다 아이폰4s와 아이패드 2세대로 기변하고 오랜 세월을 행복하게 지냈습니다만, 날이 갈 수록 아이패드가 무거워지는 듯한 기분도 들고,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앱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기기가 없다는 것이 영 분하고 억울한 기분도 들고해서 넥서스7 2세대가 나오는대로 주문했습니다. 그래서 써보니, 꽤 비교가 많이 되는군요.
-휴대성
일단 넥서스7 2세대(이하 뉴넥칠이)는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과장이긴 하지만, 아이패드2를 쓰다보니 어마어마하게 가볍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아이패드는 스마트커버를 포함해서 740g이고 뉴넥칠이는 다이어리 케이스 포함해서 410g이니까 반 정도 나가는 셈입니다. 사이즈도 딱 반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만. 아무튼 이 정도 사이즈와 무게가 휴대용으로 적정선이 아닌가 싶더군요. 덕분에 아이패드는 한동안 집 밖으로 갖고 나가지 않게 되었을 뿐더러, Day one으로 일기를 쓸 때와 애니메이션을 볼 때, Clash of Clans를 할 때, 유비트를 할 때가 아니면 손에 들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기기가 아닌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통수단에서 부담없이 쓰기 힘든 것은 분명하죠.
그에 비해 뉴넥칠이는 가볍고, 한 손에 부담없이 들 수 있으며, 해상도도 높기 때문에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서 책이나 동영상을 보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다만 그런만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뭔가를 하려고 보면 좀 답답한 감이 있더군요. 특히 화면비 때문에 가로로 놓고 웹서핑이라도 할라 치면 실눈을 뜨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책 볼때도 가로로 두 페이지가 나오게 하면 좌우로 어마어마한 공간이 남아버리고 괴이한 사이즈로 줄어듭니다. 이 화면비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래도 킨들에서 산 만화책을 아주 깔끔한 화면으로 쨍하니 띄워주는 걸 보면 (세로로 볼 때는) 만족스럽긴 합니다.
-조작성
조작성은 영 시원치 않은 감이 있습니다. 현 버전의 터치 오류는 차치하더라도 전면에 버튼이 없으니 언락하기가 상당히 귀찮습니다. 케이스까지 씌우니 버튼 누르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군요. 게다가 이어폰도 튼튼히 고정되지 않아서, 쉽게 빠지려고 합니다.
-운영체제
운영체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대로 써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포켓피씨를 써왔으므로 화면을 이리저리 꾸미고 위젯과 단축키를 뽑아놓는 것에는 익숙하고, 성미에 더 맞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홈화면 이라는 개념이 퍽 마음에 드는데, 거의 안쓰는 앱까지 한 화면에 늘어놓아야 하는 ios에 비해 깔끔해서 좋더군요. 그리고 알림센터에서 바로 음악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도 감격스러웠습니다. ios에서는 해킹해서 겨우 설치한 기능이 이렇게 당연스럽게 있다니! 하지만 이것 저것 깔다보니 알림센터에서 스팸광고가 뜨기도 하더군요. 이런 점은 경악스러웠습니다.
-플레이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둘러본 기분은 참 복잡하더군요. ios 쪽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것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는 게,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했습니다. 마치 깔끔하게 통제되고 엄선된 것들만 쇼윈도에 깔리는 백화점을 보다가 시장에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어느쪽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검수만 거친다면 이런 자유스러움이 안드로이드의 큰 힘이 되겠죠.
하지만 이런 자유스러움과는 정 반대로, 지역제한이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습니다. ios에서는 그 국가 계정만 만들면 해결인데, 플레이스토어는 그렇지 않더군요. 아니, 다국어 사용자는 뭐 어쩌라는 건지... 결국 평소에 ios에서 자주 보던 일본 종합 매거진 앱 하나 받느라 기기와 컴퓨터 양쪽의 ip를 일본으로 설정하고, 일본에서 만든 양 새 구글 계정을 만드는 등 갖은 편법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음악
스피커가 양쪽에 달려있어서 스테레오를 지원한다는 점이 퍽 마음에 듭니다. 아이패드를 사용하던 때에 비해 공간감도 풍부하고, 작은 스피커로 음량을 키웠을 때의 불안감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ios기기를 오래 써왔기 때문에 뮤직 플레이어로서의 안드로이드는 좀 애매한 위치에 있지 않나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아이튠즈에 익숙해지니 음악을 직접 폴더별로 관리하고 듣고 싶은 것을 복사해넣는 방식을 굉장히 기피하게 되었죠. 아이튠즈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관리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를 뮤직 플레이어로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방법은 항상 있더군요. 아이튠즈와 안드로이드를 동기화하는 방법을 두 가지 발견했습니다. double twist와 isyncr가 그것인데, 그 중에서 isyncr가 더 마음에 듭니다.
이렇게 음원 관리도 해결을 하고, 몇가지 앱을 받아서 시험해보니, 아이폰의 기본 플레이어가 기똥차게 좋은 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익숙해서 좋을 뿐이지, 실제로는 파일명을 멋대로 바꿔대지 않을 뿐더러 태그 편집을 비롯하여 각종 기능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계열이 더 나았습니다. 아이폰을 고집해온 이유는 오로지 아이튠즈 때문인데, 이렇게 되니 아이폰에 집착할 이유가 없어졌군요.
-대실망쇼
이렇게 뉴넥칠이를 쓰면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대단히 높아졌는데, 안타깝게 어제부로 다시 대폭 점수가 깎였습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서 작업 좀 하려고 하니 싱크만 되고 키 입력을 받지 않더군요. 4.3 버전의 문제라는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버그를 가진 펌웨어가 배포되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루팅하면 고칠 수 있다는데, 아직 루팅까지 하고 싶지는 않으니 공식 수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그래서 어제는 태블릿을 거치대 삼아 아이폰으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안그래도 한글 파일을 제대로 읽는 앱이 없어서 아이폰에서 PDF로 변환해서 메일로 전송하는 기이한 짓을 한 번 한 지라 마음이 개운치 않았는데,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었군요.
그래서 결국 느낀 것은, 안드로이드도 훌륭하지만 아직은 안정성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태블릿으로는 아이패드가 나으니 안드로이드 폰과 아이패드 조합을 쓰는 게 최고라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안드로이드 폰과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쓰는게 꿈이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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