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도 좋은 도서관과 나쁜 도서관이 있는 것처럼 영화관도 좋은 영화관과 나쁜 영화관이 있는데, 일단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영화관은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이다. 우리 동네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선 것은 2002년경인데, 그 이전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다. 물론 몇몇 친구들은 멀리 다른 영화관까지 가서 영화를 봤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은 그랬다. 영화 "쇼콜라"에서 초콜릿 가게가 생긴 뒤에야 마을 사람들이 군것질의 기쁨을 알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으로는 역시 자리가 편해야 한다. 영화라는 게 보다가 중간에 좀 쉬어가면서 보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서 봐야 하는 것인만큼, 다리도 좀 펼 수 있고 엉덩이도 앞으로 뺐다 뒤로 넣었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동네에 처음으로 들어왔다는 영화관은 다름아닌 ㅅ사였는데, 처음 갔을 때는 정말 여객기의 이코노미석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그러다보니 3시간 쯤 되는 영화를 보자면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녹초가 되기 일쑤였는데, 오래지 않아서 근처에 ㅁ사가 들어왔다. 그곳에 처음 갔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ㅅ사에 비하면 한 자리에 두 명이 앉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넓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 뒤로 한동안은 영화를 보려면 ㅁ사부터 알아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ㅅ사도 자리를 고쳤는지 크게 불편하지는 않게 되었다. 선택 폭이 넓어져서 다행이다.
그리고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화장실도 가까워야 한다. ㅅ사의 모 지점에서 "본 레거시"를 봤을 때의 일이다. 영화가 생각보다 긴데다 음료까지 마시는 통에 중간에 화장실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하필 그 지점은 딱 한 층으로 이루어져 영화관이 김포공항 뺨치게 광활했다. 그런데 화장실은 영화관의 두 입구 쪽에만 있고 내가 있던 상영관은 중간쯤에 있었기 때문에, 쫓기는 제레미 뺨치게 달려서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무슨 변괴인지 들어왔던 문으로는 나갈 수가 없었고 나왔던 문으로는 다시 들어갈 수가 없어서 허겁지겁 계단을 다시 올라와 진리의 문처럼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 지루한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어둠 속에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제 자리로 가야 했다. 심지어 영화는 본 시리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정말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 중 하나다.
사실 처음 그 지점에 갔을 때는 인테리어가 서부의 거리처럼 멋지게 되어 있어서 꽤 호감이 갔는데, 인테리어가 시설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여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그렇다고 화장실이 영화관의 질을 높여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상식선은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 지점에서 화장실은 그저 멀 뿐만 아니라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각각 반대편 입구쪽에 있어서 200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이건 단연코 비상식적인 설계다. 설계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아무튼 그 이후로 그곳 외의 다른 영화관에 갈 때마다 만족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영화관의 구조는 모든 상영관으로 통하는 입구가 딱 하나 있어서 검표를 하고 들어가게끔 된 것이다. 그런 입구가 있으면 당연히 그 입구 안쪽에도 화장실이 있어 마음편히 화장실에 갈 수 있는데다, 보통 자판기도 있어 기다리지 않고 페트병 음료수를 사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트코스터를 타는 줄에서 검표를 하고 지나갈 때처럼 "이제부터 영화를 보는 거야" 하는 실감이 느껴져서 좋다.
검표 하니까 생각났는데, 좋은 영화관의 조건으로 "영화표를 주는가"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표를 모아놓는 상자에 넣을 때 프레파라트를 보관함에 넣는 덱스터처럼 만족을 느끼는데, 요즘은 갈수록 제대로 된 표를 주지 않는 경향이 심해져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굳이 기념물을 모으자면 팜플렛을 모을 수도 있겠지만, 검표를 받은 티켓에는 다른 무엇으로 대신하기 힘든 풍취가 있는 법이다. 포토티켓이라는 것도 생기긴 했지만,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적당히 빳빳하고 심심한 바탕에 영화 제목과 시각, 좌석이 인쇄된 티켓일 뿐이다. 그런 별것 아닌 기념품조차 모으기 힘들어질 거라고는, 영화관에 처음 갔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tag : 영화관
다음으로는 역시 자리가 편해야 한다. 영화라는 게 보다가 중간에 좀 쉬어가면서 보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서 봐야 하는 것인만큼, 다리도 좀 펼 수 있고 엉덩이도 앞으로 뺐다 뒤로 넣었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동네에 처음으로 들어왔다는 영화관은 다름아닌 ㅅ사였는데, 처음 갔을 때는 정말 여객기의 이코노미석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그러다보니 3시간 쯤 되는 영화를 보자면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녹초가 되기 일쑤였는데, 오래지 않아서 근처에 ㅁ사가 들어왔다. 그곳에 처음 갔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ㅅ사에 비하면 한 자리에 두 명이 앉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넓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 뒤로 한동안은 영화를 보려면 ㅁ사부터 알아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ㅅ사도 자리를 고쳤는지 크게 불편하지는 않게 되었다. 선택 폭이 넓어져서 다행이다.
그리고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화장실도 가까워야 한다. ㅅ사의 모 지점에서 "본 레거시"를 봤을 때의 일이다. 영화가 생각보다 긴데다 음료까지 마시는 통에 중간에 화장실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하필 그 지점은 딱 한 층으로 이루어져 영화관이 김포공항 뺨치게 광활했다. 그런데 화장실은 영화관의 두 입구 쪽에만 있고 내가 있던 상영관은 중간쯤에 있었기 때문에, 쫓기는 제레미 뺨치게 달려서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무슨 변괴인지 들어왔던 문으로는 나갈 수가 없었고 나왔던 문으로는 다시 들어갈 수가 없어서 허겁지겁 계단을 다시 올라와 진리의 문처럼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 지루한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어둠 속에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제 자리로 가야 했다. 심지어 영화는 본 시리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정말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 중 하나다.
사실 처음 그 지점에 갔을 때는 인테리어가 서부의 거리처럼 멋지게 되어 있어서 꽤 호감이 갔는데, 인테리어가 시설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여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그렇다고 화장실이 영화관의 질을 높여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상식선은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 지점에서 화장실은 그저 멀 뿐만 아니라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각각 반대편 입구쪽에 있어서 200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이건 단연코 비상식적인 설계다. 설계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아무튼 그 이후로 그곳 외의 다른 영화관에 갈 때마다 만족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영화관의 구조는 모든 상영관으로 통하는 입구가 딱 하나 있어서 검표를 하고 들어가게끔 된 것이다. 그런 입구가 있으면 당연히 그 입구 안쪽에도 화장실이 있어 마음편히 화장실에 갈 수 있는데다, 보통 자판기도 있어 기다리지 않고 페트병 음료수를 사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트코스터를 타는 줄에서 검표를 하고 지나갈 때처럼 "이제부터 영화를 보는 거야" 하는 실감이 느껴져서 좋다.
검표 하니까 생각났는데, 좋은 영화관의 조건으로 "영화표를 주는가"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표를 모아놓는 상자에 넣을 때 프레파라트를 보관함에 넣는 덱스터처럼 만족을 느끼는데, 요즘은 갈수록 제대로 된 표를 주지 않는 경향이 심해져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굳이 기념물을 모으자면 팜플렛을 모을 수도 있겠지만, 검표를 받은 티켓에는 다른 무엇으로 대신하기 힘든 풍취가 있는 법이다. 포토티켓이라는 것도 생기긴 했지만,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적당히 빳빳하고 심심한 바탕에 영화 제목과 시각, 좌석이 인쇄된 티켓일 뿐이다. 그런 별것 아닌 기념품조차 모으기 힘들어질 거라고는, 영화관에 처음 갔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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