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확밀아'라고 부르는 소셜 카드게임이 있다기에 해보았습니다. 카멜롯 전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게임은 각 플레이어들이 성검을 뽑은 수 많은 아더왕 중 한 명이 되어 카멜롯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수많은 매체에서 오래도록 우려먹은 카멜롯 얘기 치고는 꽤 독창적인 출발입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많은 소셜 게임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충전되는 액션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탐색을 위한 포인트와 전투를 위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새로운 지역을 탐색하면 포인트가 떨어지고 돈이나, 경험치나, 카드를 얻거나, 플레이어, 혹은 적과 조우하게 됩니다. 전투를 시작하면 일단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미리 짜놓은 덱이 자동으로 사용되는데, 덱은 많아야 12장이며, 3장씩 4조로 구성됩니다. 우선 덱에서 카드들의 조합에 따라 효과가 발동되고, 그 뒤 각 조가 순서대로 적을 공격하게 됩니다. 카드의 효과에는 공격력이 올라간다든지, 아니면 카드의 HP가 회복된다든지, 액션 포인트가 회복된다든지 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일반적인 TCG에서 하듯이 깜짝 놀랄만한 콤보를 구상해내서 덱을 짜고 이를 운용해서 적을 이기는 재미를 느끼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플레이어와 각 카드에 레벨이 존재해서 게임을 진행할 수록 더 많은 코스트로 구성된 덱을 짜고, 더 강한 카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이러한 전자 카드 게임이 갖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카드의 일러스트가 매우 수려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합성해서 새 카드를 만들거나, 기존 카드의 레벨을 올리는 데 사용할 수 있어서, 카드를 수집하고 육성해서 이러한 카드들로 효율이 좋은 덱을 구성하는 재미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소셜 게임 중에는 친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는데, 확밀아는 친구들과 전투중인 적을 대신 처치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친구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나 닥치는대로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친구'에 대한 부담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러한 포맷은 무료로 배포하고 양질의 컨텐츠는 돈으로 사게끔 유도하고 있는데, 돈을 쓰지 않는다고 심각한 불편을 느끼는 경우는 그다지 없기 때문에 돈을 쓸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확밀아는 TCG가 아니고(플레이어간 트레이딩은 불가), 일반적인 CCG에서도 거리가 있는 모습이지만 카드를 컬렉팅하고 이를 육성하는 재미는 잘 잡은 것으로 보이며, 간소한 능력과 전투가 소셜게임으로서는 무게가 적당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비중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성우진이 화려하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고, 수려한 일러스트들은 이 게임 최대의 장점입니다. 흥미로운 메인 스토리와 보유 카드에 따라 등장하는 서브 스토리들을 보면 게임 내에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의 방대함에도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아무리 머리를 써봐야 한계가 있는 덱 구성과 단조롭고 식상해질 수 있는 전투, 너무 자주 봐서 넌더리나는 적의 출현은 오래지 않아 게임의 동기부여에 실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힘의 획득-목표 달성-더 큰 힘의 획득-더 힘든 목표 달성"이라는 쳇바퀴 구조가 성립해야 한다고 합니다. 확밀아는 컬렉팅 게임으로서는 상당한 재미를 주고 있지만 이러한 게임의 기본 구조 구현에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tag : 확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