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1시 50분 경, 나는 서울역 방향으로 가는 노량진역 플랫폼 9-1 앞에 서 있었다. 내 오른쪽으로는 대여섯명이 서 있었다.
잠시 후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으므로 열차를 확인한 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때 별안간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들어오는 열차의 앞유리에 커다란 균열이 가 있었다. 뭔가 부딪힌 모양이었는데, 그렇게 큰 충격을 줄만한 물체가 떨어질 만한 곳은 없었다. 사람들은 뭔가가 떨어져 부딪힌 것 같다고도 했고, 플랫폼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자를 가리키며 누군가 뛰어들었다고도 했다. 그때까지 나는 플랫폼에서 누군가 뭘 던진 정도일거라고 생각했다.
열차는 곧 멈췄고, 기관사가 내려서 플랫폼 아래쪽을 살피더니,
이봐요, 하고 사람을 불렀다.
그는 아직 살아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플랫폼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도 열차와 플랫폼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멍청한 짓이라는 걸 알면서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턱수염을 기른 청년이 누워 있었다. 고통으로 심각하게 일그러진 표정도 아니었고, 핏자국도 하나 없었으므로 현실감이 없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오래 볼 수는 없었다. 절대 있을리 없는 곳에서 사람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노량진은 홈이 많은 역이었으므로 기관사는 앞쪽 차량 문을 열고 사람들을 2번 홈으로 내보냈다. 용산급행이 서는 홈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놀라움을 전했고, 몇몇 사람들은 방송하는 기관사를 동영상으로 찍었고, 누군가는 뜬금없이 기관사를 빨갱이라고, 개새끼들이라고 욕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내려 플랫폼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놀랐다.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
2번 홈으로 옮겨갈 때 구조대가 달려왔다. 한 노인은 자기가 보고 왔다고, 젊은 놈이 뛰어들었다며 병신같은 놈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수근거리며 곧 도착한 열차에 올랐다.
나는 2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내가 고개를 숙인 단 2, 3초 사이에 누군가 달려오는 열차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것은 현실이었다. 플랫폼 위에 떨어진 모자가, 플랫폼 아래 떨어진 청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무엇을 생각하기가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