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 쇼핑을 좋아한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과는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하는데, 옷을 사러 가서 새 옷을 걸쳐보고 머릿 속에서 자신이 가진 옷들을 바탕으로 새 옷을 조합하여 새로운 현실을 꿈꾸는 과정과 분위기가 좋다. 남성과 여성의 쇼핑 패턴이란 하늘과 땅 정도로 차이가 나서 남성은 마음에 드는게 보이면 바로 사고 끝내는 한편 여성은 머릿 속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쇼핑몰 전체를 뒤져본 이후에 사지 않거나 처음 고른 옷을 사는데, 그런 여성적 쇼핑 과정에 익숙해지는 남성은 아마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여성과 쇼핑을하면 "원래 있는 것들과 조합한다"는 과정이 뚜렷해져서 보기에 즐겁다. 옷들이 겹쳐지고 색상이 포개어져서 새로운 모양이 되는 모습들을 나는 몹시 좋아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옷들이 실제 매장에서 구매할 수 밖에 없고,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옷을 찾는 사람은 자신이 목적하지 않던 옷들까지 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옷만 계속 집어들게 된다. 변신의 욕구 앞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을 그다지 보지 못했다. 때문에 누구나 하는 것이 의복적 편식이다. 여지껏 바지를 사러 가서 바지만 산 사람이나 치마를 사러 가서 치마만 산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집에 돌아와서 옷장을 열어보면 비슷한 옷만 즐비하고 비슷하지 않은 옷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옷들 뿐인데, 달라지고 싶어하면서도 결국은 비슷한 것들을 모으게 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결국 실패하고 마는 옷들의 운명과 그로 말미암은 옷들의 빈곤이란 안타까워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옷만 골라 사다보면 거기 맞출 옷이 없어지고, 맞출 옷을 사러 나가면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옷만 사게 되는 이 편식적 소비의 무한 반복이란 어쩌면 의복 산업 성장의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tag : 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