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서나 자랑삼아 할 얘기는 아니지만, 여성의 가슴은 인체 중 몹시 아름다운 부분이고, 작은 가슴보다 큰 가슴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슴은 모두 아름답지만 굳이 어느쪽을 골라야 한다면 나 역시 큰 가슴이 좋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것이 어떤 상황과 매체에서도 절대적인 가치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바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다.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에는 닌자가 되기 위해 수련과 고행을 거듭하는 여학생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어쩐지 모두 가슴이 크다. 거대하다는 말을 써도 될 지경이다. 이 닌자 수련생들이 간난신고를 겪으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자면 불편해 보여서 내가 다 괴로울 지경이다. 지나치게 커진 검치 때문에 사냥에 곤란을 겪는 검치 호랑이를 보는 기분이다. 게다가 모두의 가슴이 크니 가슴의 크기가 개성으로 성립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캐릭터를 구성하는 매력의 일부에서 탈락해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보석이 넘쳐나면 보석이 보석으로서 가치를 갖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요즘은 도리어 큰 가슴을 매력 포인트로 강하게 어필하는 캐릭터를 보면 식상함을 먼저 느끼고, 반대로 가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는 캐릭터를 보면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생겼다. 가상의 세계에서는 이 희소성이 역전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실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에 따라 캐릭터를 구성하고 맥락을 형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창작물에서 가슴이 큰 여성이 나올 때마다 욕설을 내뱉고 영상을 끄거나 책을 집어던지는 것은 아니고 본능대로 열심히 보게 되지만, 그러면서도 '좋지만 좀 치사하군' 하는 생각은 한다. 격투 게임에서 시작하자마자 필살기를 맞는 기분이다. 온갖 기술을 다 써서 싸운 뒤에 필살기로 마무리 짓는 쪽이 당하는 쪽에서도 멋진 상대라고 인정할 수 있듯이, 기왕이면 본능 단계에서 좋아하게 되는 것보다는 캐릭터의 성격과 이야기를 통해서 좋아하게 된 후에 본능 단계에서도 좋아하게 되어야 최고가 아닐까.......
써놓고 보니 정말 제멋대론데, 세상에 이런 얘기를 듣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를 만들어 줄 제작자가 있을리 만무하니 많은 창작물이 그렇게 탄생하듯, 언젠가 내가 만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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