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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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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을 그만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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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농담이긴 하지만, 금연 자체는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정말 어려운 것은 금연을 그만두는 것이다. 금연을 그만둘 때 담배를 물고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그 뒤가 달라지긴 하지만.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금연 따위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난 죽을 때까지 담배를 피우겠어."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튼 나 역시 세기 귀찮을 정도로 금연을 시도했고, 그러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금연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게 지겨워서 지금은 담배도 금연도 그만두었다.
그 뒤로 담배라는 게 참 좋긴 하지만, 그만두고 나니 편하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담배가 무섭고 해로운 이유는 생물의 건강에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보다 사람을 속박하기 때문이다. 담배를 가진 사람은 담배를 피울만한 틈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손해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담배에 속박당하는 셈이다. 굉장히 맛있는 과자를 샀는데 그걸 먹을 수 있는 때와 장소가 한정되어 있다면 누구나 비슷하게 그 과자에 속박당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한정과 속박 때문에 흡연자는 결국 자신도 망치고 주변에도 피해를 끼치고 마는 것이다. 담배를 그만두니까 금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에도, 어디 도착하거나 뭘 하고 나면 담배를 피워야겠다는 생각에도 시달리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사람의 체온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 것처럼, 가끔씩 사무치게 담배를 피우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껌을 씹거나 박하향 사탕을 먹는다. 그걸로도 모자란데 옆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는 담배를 얻어 피운다. 물론 그렇게 되면 보통 생각하는 금연이 아니긴 하지만, 나는 무슨 동자공을 쌓는 것도 아니니까 담배 한 개비 피우는 게 그렇게 끔찍한 잘못이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담배의 결정적인 문제는 그걸 습관적으로 피운다는 것이지, 그걸 피우는 것 자체에는 없는 게 아닐까? 물론 간접 흡연 같은 걸 따지면 결코 그런 소리를 할 수 없겠지만 흡연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실 담배가 아니라 프링글스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먹고 떨어지지 않게 계속 사 나른다고 생각하면 이건 개인에게 있어서는 담배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결국 뭐든간에 중독되면 문제인데, 술 담배는 아주 중독되기 쉬우니까 끊는다는 단어가 익숙한 것이다.

즉,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야말로 금연의 진정한 목적이니까 누구든 담배 한두 개비 피우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나의 지론인 셈인데, 아무리 이런 소리를 하는 나라도 담배를 사지는 않는다. 담배를 가지고 있는 한 중독을 피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나도 제법 어엿한 상식인이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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