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는 꽃을 사야 하는데 집 앞에 있던 꽃집이 없어졌으므로 나는 난감했다. 적어도 15년 전부터 있던 그 꽃집은 꽃을 파는 한편으로 물고기와 새를 팔았는데, 가게는 작아도 물과 꽃과 새가 다 있어서 들어갈 때마다 신비로웠다. 신비롭던 그 꽃집은 소리 없이 나갔는데, 물과 꽃과 새가 다 팔리지 않은 채 흐르고 시들고 날아가서 빠져나갔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갔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꽃집이 나간 자리에는 고급스러운 옷가게가 들어섰는데, 분위기가 밖으로 나서지 않고 뒷걸음질 치는 듯 해서 눈에 띄지 않았다.
집 옆으로는 시장이 있지만 꽃집을 본 기억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 지도로 꽃집을 검색하니 놀랍게도 지도에는 꽃집의 위치가 주르륵 떴는데, 걸어갈 수 있는 곳에는 네 군데 정도가 있었다. 우선 시장 끝에 하나가 있었는데, 가보니 아줌마들이 날랜 손놀림으로 카네이션 바구니를 척척 만들고 있었다. 나는 꽃바구니가 부품을 끼워 만든 장난감처럼 대량 생산되는 모습이 보기에 괴로워 돌아섰다. 다른 집 하나는 꽃집 자리에 들어선 옷가게처럼 문이 굳게 닫혀 가게가 아니라 별개의 공간처럼 느껴졌으므로 들어가지 못했다. 다른 집 하나는 지도가 표시하는 자리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큰 길을 건너 한참을 걸어간 곳에 있는 꽃집으로 갔다. 작은 집이었는데, 꽃바구니가 입구 옆으로 늘어서 사람을 부르고 있었고, 문이 열려 있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수고가 덜했다. 아줌마 둘이 있었는데, 꽃다발을 하겠다니 꽃다발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한 명이 만들고 한 명은 밖에서 바구니를 사는 사람을 상대했다. 꽃다발이 만들어지는 동안 아저씨 하나가 가장 싼 꽃바구니를 찾아서 사갔다. 꽃다발을 만드는 아줌마는 꽃 값이 한창 비싸다며 꽃을 골라 배치하는데 고심했다. 다른 아줌마가 와서 이따금 저걸 넣는 것은 어떠냐는 식으로 조언했다. 꽃이 모이자 아줌마는 몇 장의 포장을 두르고 묶었는데, 다른 한 명이 무슨 종이도 쓰느냐고 물었다. 비싼 종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산 꽃다발은 전에 비해 작고 비쌌는데, 그것이 꽃 값이 뛴 탓인지 가게가 다른 탓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기를 업고 전화를 받아가면서도 아무 망설임 없이 꽃을 꺼내다 툭툭 던져 놓고 순식간에 묶어주던 집 앞 꽃집을 떠올렸다. 사라지고 나니 그만한 꽃집이 없었다. 일년에 두 번쯤 꽃을 사는데, 앞으로 꽃 살 일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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