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보드게임을 해왔고, 서류의 취미란에 적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정말 보드게임이 내 취미인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이리저리 궁리하고 실제로 하나 출시하기도 하니 무슨 게임을 해도 거기서 뭔가 배울만한 시스템을 찾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새 게임을 하면 블로그에 소개해야 하고, 나중에는 방송까지 해야 하다보니, 새 게임을 할 때마다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 원고를 정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내가 산 게임만 하게 되니 그런 부담감은 없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 역시 이건 순수히 취미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 반면에 독서는 비교적 부담이 없다. 소설가들은 책을 읽는 것도 일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트렌드를 신경쓰지 않는 탓인지 책을 읽을 때가 가장 마음편하다.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어 던지고 다른 책을 집어들면 그만이다. 독후감을 써서 널리 알릴 필요도 없고, 남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재미없다고 해서 욕 먹을 필요도, 권해주는 책을 읽고 애써 재미있었다고 할 필요도 없으며, 남보다 잘하려고 피땀 흘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진짜 취미란 그렇게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할 수 있고, 비경쟁적이며, 원할 때 시작하고 원치 않을 떄는 집어치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진짜 취미는 결국 독서밖에 남지 않는게 아닌가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