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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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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종교인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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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공포만큼 무서운 것이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멀쩡한 인간으로 위장하고 접근해오는 종교인이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누가 길을 물어봐도 조금만 수상하면 대꾸하지 않고 지나는데, 그러다 가끔 아는 사람을 무시해버리는 사고가 일어난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심할 지도 모르겠는데, 시력이 고작 -10 디옵터 밖에 되지 않으면 이게 어쩔 수 없다. 안경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전체 시야의 반 밖에 되지 않고, 이 영역 바깥은 모든 사물이 층을 이룬 칵테일처럼 경계를 잃고 조금씩 섞여 있으니 누군가의 얼굴을 분간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 종교인으로 의심되면 절대 시선을 그쪽으로 향하지 않으니, 일단 누군가를 의심해버리면 그의 얼굴은 절대 식별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커널형 이어폰을 써서 음악이나 방송을 듣고 다니기 때문에 누가 말을 걸어도 좀처럼 들을 수도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듣지도 못하고 정면 밖에 보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2인조 중 한 명이 말을 거는 구도가 되면 나는 일단 도망치고 보게 되는데, 사실 이렇게 무시해버린 사람들 중 반 이상이 무고한 공무원이나 시민이었다. 참으로 죄 많은 습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본의 아니게 무시해버린 여러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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