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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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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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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쓰는 가방끈은 유난히 잘 떨어진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쓰는 가방은 얼마나 자주 끈이 떨어지는지 묻지 않아 모르겠지만, 누가 나처럼 가방 끈을 꿰매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므로 내가 쓰는 가방의 끈이 남들 것에 비해 잘 떨어진다고 봐도 크게 오류는 아닐 것 같다. 
 우선 산 지 6년은 될 갈색 가방은 이미 한계를 넘긴 상태다. 끈이 몇 번 떨어졌는지 세 본 적도 없다. 몇번이고 꿰매어 다시 쓰고 있는데, 이제 가방 끈 끝 부분의 고리가 휘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악착 같이 물건을 고쳐 쓰는 나라도 금속 고리가 고장나 버리면 수선할 재간이 없다. 넌더리를 내면서도 일본까지 들고갔던 가방인데, 아쉬운 노릇이다. 태워서 공양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인케이스 노트북 가방도 멀쩡히 쓰진 못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지퍼의 손잡이와 가까운 부분 재봉이 터져버렸다. 이따금 가방을 손잡이로 들고 운반할 때가 있는데, 그때 바깥쪽으로 향하는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 몇 번이고 꿰매어 썼는데, 그러다 결국 다른 노트북 가방을 샀다. 
 그래서 새로 산 것이 바로 톰보이 노트북 가방인데, 만족스럽게 쓰다가 보니 오른쪽 어깨끈과 가방을 잇는 끈의 재봉이 터졌다. 가죽과 튼튼한 가방끈을 꿰매야 해서 꿰매는데 퍽이나 애를 먹었다. 그리고 이제 더 수선할 일은 없겠지 싶었는데, 오늘은 손잡이 한쪽이 뜯어져 나왔다. 
 이쯤 되면 대체 가방에 뭘 넣고 다니나 궁금하게 여길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적는데, 평범하게 노트북과 아이패드, 가끔 거기에 책이나 보드게임이 조금 추가될 뿐이다. 그렇다고 가방을 휘두르고 다니느냐면 그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가방이 자주 파손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쩌면 영화 "셔터"에 나오는 귀신처럼 원령이라도 앉은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어깨가 자주 아픈 이유도 설명이 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도무지 구원의 길이 없군. 어쨌든 이번에 터진 부분은 지금껏 봐온 부분 중에 가장 바느질이 난해해서 도무지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면 가방의 요정이 꿰매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 원령은 있을지언정 착한 요정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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