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배선이 얽히고 섥힌 것을 스파게티에 비유하곤 하는데, 내 책상 밑은 그 정도가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다. 이게 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컴퓨터에 연결해서 하기 때문이다. 하나씩 정리해보자면 플스가 있고, 플스 전선이 있고, 컴퓨터가 있고, 모니터가 있고, 각각 전선이 있고, 모니터는 모니터 케이블이 있다. 그리고 플스의 비디오 케이블이 있고, 그 케이블과 TV카드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있다. 근데 이 케이블이 오디오와 비디오, S비디오 단자로 이루어졌으므로 네 가닥이다. 이것만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TV 신호를 좀더 훌륭하게 처리하는 프로그램인 디스케일러를 쓰자면 오디오 신호는 따로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플스에서 나온 케이블에 딸린 단자에 오디오 케이블을 연결해서, 이것을 다시 컴퓨터에 꽂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컴퓨터에 입력된 소리는 다시 오디오 케이블을 통해서 오디오 컴포넌트의 AUX단자로 들어가고, 여기서 다시 좌우 스피커의 케이블을 타고 스피커로 재생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미 알겠지만, 나는 그냥 스피커를 쓰고 있는게 아니라 오디오 컴포넌트의 외부 입력 기능을 이용해서 컴퓨터 스피커로 쓰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여기 딸린 스피커들을 연장선으로 이어서 좌우에 배치했기 때문에 책상 밑의 케이블은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몇 가닥이 더 많다. 아이고 머리야.
그런데, 데스크탑을 쓰지 않고 노트북을 쓰게 되면서 이야기가 더 복잡해졌다. 모니터와 오디오 AUX 케이블 모두 노트북에 연결되어 있는데, 게임 좀 하자고 이걸 매번 옮길 수도 없을 뿐더러 스피커를 따로 두자니 자리도 없다. 그래서 결국 책상 밑에 있는 일렉기타용 앰프와 데스크탑 스피커 단자를 연결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 플스로 게임을 하자면 우선 모니터 케이블을 데스크탑에 연결하고, 데스크탑을 켜고, 플스를 켜고, 앰프를 켜고, 디스케일러를 켜고 패드를 연결하는 대혼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배선을 하다보면 머리에서 김이 날 지경인데, 책상 밑은 빛이 잘 안들어오는데다가, 컴퓨터는 벽에 바짝 붙어서 단자가 보이지 않으므로 나는 거울과 손전등을 사용한다. 손전등을 입에 문 채로 거울로 컴퓨터의 단자를 비춰보며 '빨간 선이 빨간 단자에, 파란 선이 파란 단자에...' 하고 중얼거리며 수많은 케이블을 집적거리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폭탄 제거반이 따로 없다. 아이고 맙소사. 기술이 진보할수록 생활은 편안해져야 하는데, 가끔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좀더 깔끔하고 스트레이트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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