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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메모선장의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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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의 신비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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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위치상 매일같이 1호선을 타는데, 1호선에는 항상 노인들이 많다. 2호선이 청년의 노선이라면 1호선은 노년의 노선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 많은 노인들은 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용산역과 서울역, 청량리역에서 오고 또 그곳들로 갈 것이다. 물론 노량진역에 볼일이 있는 노인들도 많다. 1호선을 타는 노인들은 대개 커다란 짐보따리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노인들이 나타날 것을 알기 때문에 (혹은 이미 있기 때문에) 나는 자리가 나도 앉기를 포기할 때가 많다. 십중팔구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거나 피로에 절어 있는 나로서는 좀 억울한 노릇이지만, 그것이 1호선을 이용하는 젊은이의 숙명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1호선에는 잡상인이나 괴인, 종교인도 압도적으로 많다. 이틀에 한 번은 반드시 그들 중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잡상인이야 때때로 제법 쓸만한 물건을 팔아서, 만날 때마다 소셜 커머스 사이트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팝송을 크게 틀지만 않는다면 그리 피해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머지는 당연히 달갑지 않다. 며칠 전에는 예수를 믿으라는 사람이 스님을 만나서 손을 마주잡고 한참을 중얼거리다 헤어지면서 "다음 생은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는데, 꽤나 하드보일드했다. 공력 싸움이라도 한 것이 아닐까? 물론 당연히 매번 그런 볼만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 제발 공공장소 포교는 그만 두기를 바라지만.
 하지만 종교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단연코 괴인이다. 괴인의 종류는 끝없이 많아서 규정지을 수 없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절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겨울에는 자기가 우주에 다녀와서 그 신비를 모두 알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는 아줌마가 이따금 보였는데, 음, 그 신비를 알려주는 것은 고맙지만 알고 싶은 사람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주면 좀더 관심을 가질만 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그럭저럭 봐줄만 하지만 처음 보는 꼬마에게 "그 신발 참 예쁘다. 어디서 샀니?" 하고 이상할 정도로 오랫동안 말을 거는 봉두난발의 아저씨나, 킁킁거리고 사람의 냄새를 맡고 다니는 아저씨 같은 부류는 두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예측할 길이 없는 것들이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급할 때만 골라서 청량리행과 동묘행이 나타나는 것도 나로서는 무섭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열차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나서 각각의 종착역에 사람들을 쏟아놓고 불을 끈 채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1호선의 신비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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