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것은 꽤 커다란 인생의 손실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내가 바로 그렇다. 커피를 마시면 이상하게 속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커피로 처리할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술로 처리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담배라든가), 어디 카페에 가도 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차를 시킬 수 밖에 없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으려고 커피를 마실 수도 없고, 음식점에서 커피를 공짜로 줘도 마시면서 나올 수 없으며, 누가 인사치레로 캔커피같은 것을 건네도 받을 수 없다. 집에서는 가족이 모두 굉장한 커피 애호가라서 부모님은 차를 타고 멀리 갈 일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보온병 가득 커피를 끓여 가는데다 이제는 형의 주도로 주둥이가 가늘고 긴 주전자와 원두 믹서까지 들여놓았다. 나는 전혀 모르겠지만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면 맛이 다른 모양이다.
어쨌건 커피는 어려서부터 도무지 인연이 없었는데, 세상은 의외로 커피가 윤활유로 작용하는 부분이 제법 된다는 사실을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알고 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이득을 본 것은 금전적인 면을 제외하면 단 한 번 뿐이 아닌가 싶다. 공익근무를 할 때 선임이 커피를 타오라고 했을 때 커피를 안마셔서 탈 줄 모른다고 하자 그는 당장 커피 심부름을 포기했던 것이다. 그런 나도 커피를 마시다 보면 괜찮아지는 게 아닐까 싶어서 담배를 끊고 커피를 마시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 결과는 실패였고 나와 커피의 인연은 거기서 끝났다. 세상에는 노력하면 되는 일도 많지만 제아무리 발악을 해도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은 것이다. 늘 쓰는 말이지만, 그렇게 개인이 자신의 힘 만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은 빠르게 어쩔 수 없음을 납득하고 다른 뭔가로 대체하면서 그럭저럭 사는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술담배를 그만 둘 수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