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보다는 긴바지가, 운동화보다는 구두가 편하다. 보편적으로 그렇다는게 아니라 내가 요즘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긴바지만 입고 살았더니 집안이 아니면 반바지가 불편해서 영 기분이 편치 않다. 사실 별로 시원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그건 내게 괜찮은 반바지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땀띠가 잘 생기는 체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바지를 입고 오랫동안 앉아있자면 오금에 반드시 땀띠가 생기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날이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긴바지를 입는데,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참 난감하다.
한편으로 운동화를 신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흔히 말하는 운동화는 마지막으로 신은 것이 2005년이었고, 요즘은 엄청나게 걸을 일이 있을 때는 트랙킹화를 신는다. 물론 트랙킹화가 걷기에 편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편하다보니 노팬티처럼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밖의 캔버스화들은 옷과 색깔을 맞추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신곤 하는데, 이건 단연코 불편하다. 얼핏 신어보면 착 붙는 느낌이 편한 것 같지만 조금 오래 걸어보면 새끼발가락부터 고통이 엄습해온다. 게다가 컨버스를 신은 날 밤에는 반드시 종아리가 붓는다. 아니 대체 왜 여성들이 구두를 신었을 때 느낀다는 고통을 나는 운동화를 신었을 때 느껴야 한단말인가 싶은데, 아마 그것은 내가 신발을 잘못 샀거나, 또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같이 구두나 워커를 신고 생활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고등학교에는 운동장 전체가 우레탄으로 코팅되어있어 실내화를 신을 필요가 전혀 없었고, 입학할 때 마침 아버지께서 워커를 장만해주셨기 때문에 거의 3년 내내 그것만 신고 다녔던 것이다. 어찌나 워커만 신고 다녔는지 한때는 별명이 군인인 적도 있었다. 그런 생활은 계속 이어져 대학교에서도 어김없이 구두나 워커만을 신고 다녔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구두가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여름에도 신을만큼 시원하고 편한 신발인데, 수선을 맡긴다는 걸 자꾸 미루다보니 결국 급한대로 캔버스화를 꺼내 신게 된 것이다.
캔버스화를 옷에 맞춰서 신는 기분은 사실 썩 훌륭하다. 복잡한 퍼즐을 풀고 자랑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나도 캔버스화와 친해지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고통스러운 것은 꺼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결국은 구두나 워커를 찾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워커를 신었는데, 어찌나 편하던지 빗속에서 탭댄스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구두를 가능한한 빨리 수선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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